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25% 추가 관세를 면제했지만, 개별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제재를 가할지 모른다는 철강업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철강 선재가 덤핑으로 자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줬다며 41.1% 반덤핑 관세 최종 결과를 확정했다. 통상교섭본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어냈다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추가관세 면제가 의미 없게 됐다.

미 상무부가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에 75.8% 반덤핑 관세 연례 재심 최종판정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ITC가 포스코 철강 선재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 최종 결과를 확정하자 국내 철강업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관세 부과를 피하려고 쿼터 제한을 수용했는데, 관세는 관세대로 얻어맞는 형국이어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철강 추가관세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내놓은 자화자찬식 성과 평가와 돌아가는 현실은 너무 다르다. 김 본부장은 “(철강협상에서) 한국은 2015~2017년 3년 평균 기준으로 70%(2017년 기준으로는 74%) 쿼터를 받아 이 물량은 추가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이미 한국산 철강의 80% 이상 품목에 적용되고 있던 미국 반덤핑 조치는 그대로다. 김 본부장은 또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덤핑·상계관세율 산정내역 공개에 합의하는 등 미국의 수입규제 조사관행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이 역시 과거와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

정부는 “유정용 강관과 철강 선재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는 미국과의 협상 이전에 시작된 조사 결과”라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피해 갈 일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는 “무역확장법 232조로 쿼터를 제한하면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로 부당하다”고 말한다. 미국이 왜 저러는지 통상교섭본부는 납득할 설명과 함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