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알리와 테무를 통해 중국산 제품을 직접 구매한다는 지인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가격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게 이유다. 한 지인은 가격이 매우 저렴하니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버리면 그만이란다. 또 다른 지인은 국내 제품 한 개를 사는 돈으로 알리를 통해 다섯 개를 구매해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돌렸다고 자랑한다.

오프라인에서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쇼핑의 급성장과 고물가·고이자율이 맞물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겐 분명 좋은 일이다. 반면 어두운 그림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수많은 국내 생산자와 노동자에게는 생존 문제가 달려 있다. 국내 중위권 온라인쇼핑 업체들이 알리와 테무 때문에 매출이 줄고 기업 가치가 떨어져 자칫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국내 온라인 거래 초창기에 주문 상품과 다른 가짜 상품, 훼손되거나 파손된 물건이 오기도 하고 아예 배달되지 않는 사례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렸다. 10년도 더 된 필자의 경험이다. 주문한 신제품 대신 중고품이 배달되거나 오지 않고, 판매자가 자취를 감춘 경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걸 주저하게 됐다. 당시에는 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쇼핑몰 이용을 망설였다.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가 공세로 잘나가고 있는 알리와 테무에서도 우리나라 온라인쇼핑 초창기에 나타난 이런저런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다. 허위·과장 표시 및 광고, ‘짝퉁’ 또는 파손·훼손품 배달, 반품·환불 지연과 같은 소비자 피해 사례가 속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기도 했다. 이에 더해 보건·위생·안전 문제까지 터져 소비자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에 허용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위해 물질이 검출됐다거나, 귀걸이와 같은 장신구에서 납과 카드뮴 같은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우려스러운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정부가 나서 소비자의 불만과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신뢰가 생명이다. 세상만사 같은 이치다. 상거래에서는 신뢰가 더더욱 중요하다. 신뢰를 잃으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다. 알리와 테무를 통해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고 오래오래 갈 수 있도록 이용자들의 불안을 잠재워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