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생물로부터 얻은 깨달음
필자는 경영자이기 전에 미생물학자다. 미생물이란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생명체를 칭한다. 이미 수백 년 전에 현미경이 발명됐지만 이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가 다 돼서였다.

그동안 수많은 미생물이 발견되고 연구됐지만 우리가 아는 미생물의 숫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를 숨 쉬게 하는 산소의 주 공급원이 남미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밀림 자체가 아니라 대양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광합성 조류(미생물의 일종)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처럼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다. 이런 미생물을 수십 년간 연구하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분명한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몸만 봐도 미생물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체에는 정상균총(normal flora)이라는 몸에 해롭지 않은 세균 집단이 항상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영양섭취의 불량, 항생제의 과도한 투여 등으로 정상균총의 균형이 무너지면 우리 몸은 감염균에 쉽게 노출돼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사람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항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스스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현대 과학의 발전에 따라 미생물이 질병 발생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수년째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미생물은 우리 인간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늘 우리 곁에 함께한다는 점에서 미생물과 시간은 매우 닮아 있다. 미지의 세계에 있는 작디작은 미생물이 어우러져 큰 효과를 만들어내고, 그 가치가 활용되는 것과 같이 초, 분, 시 단위로 나눠진 시간들의 역할을 소중히 다루면 원하는 바를 기대 이상으로 이룰 수 있게 됨을 경험적으로 안다.

시간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작은 것들이 모여 또 다른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교훈을 되새겨 세간의 기대를 뛰어넘는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