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집계한 지난해 11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99.9를 기록, 3년2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확장, 미만이면 경기하락 국면으로 해석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도 지난해 8월 이후 11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내외에서 산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일제히 뒷걸음질한다는 것은 하반기 경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경기선행지수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경기 예측에는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경기 비관론이 지배하던 2016년 말, 경기선행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지난해 경기회복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지수 움직임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반도체로 인한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반도체를 빼면 오히려 감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무역흑자 역시 반도체를 빼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반도체 이외 주력 제조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잠시 반등하던 제조업 가동률이 최근 다시 71%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 수출 호조, 주가 상승 등 낙관적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자칫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무역 공세,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이어지면 수출 급감과 경기 급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따른 투자 위축 등이 본격화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경기지표의 ‘경고’를 외면하지 말고 경제정책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