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유럽 난민사태,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아빠, 제발 죽지 말아요.” 그리스로 향하는 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가 마지막 남긴 말이라고 한다. 해안가에 엎드린 채 하늘나라로 간 세 살배기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보트가 뒤집히고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아빠는 두 아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물 밖으로 밀어 올렸다. 하지만 엄마도, 두 살 위 형도 결국 목숨을 잃었다.

4년간의 시리아 내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5만명을 헤아린다. 1만2000여명이 어린이다. 국제적 아동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난민 아동 4명 중 1명 이상이 혼자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 없이 탈진한 아이들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전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인도적 지원금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유럽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동서가 갈렸다. 지난 9일, 난민 16만명을 회원국별로 분산 수용하는 방안이 나오면서 유럽의 ‘톨레랑스(tolerance·관용)’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한다. 스웨덴과 독일, 오스트리아는 ‘찬성’ 의견이고 프랑스는 ‘신중’, 영국은 ‘떨떠름’, 헝가리와 덴마크 등은 ‘절대 불가’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난민들이 선호하는 지역도 나뉘었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었다. 스웨덴 이민국은 2013년 9월에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영구거주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으로 망명하려는 미성년자 난민의 29%를 받아들였다.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난민 아이들의 종착지로까지 불리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지만, 난민 수용에 대한 우호적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정책의 밑바탕에는 중북부 지방의 인구감소라는 현실이 작용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과 문화를 통해 다져진 관용의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해하고 참는 문화다. 내가 소중하니 남도 소중하게 대우해주는 철학이다. 한국의 정(情)과도 같은 이 개념은 주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관용이란 사회적 자본은 사회 전반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스웨덴은 이를 교육에 접목해,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함께 이민자를 배척하는 태도를 바꾸기 위한 ‘헬로 스웨덴’ 교육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보호자 없는 난민 어린이들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단편 영화와 만화책, 연극 등을 학교에 제공해 어릴 때부터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이 프로젝트를 다른 나라에도 확산시키고 있고, 유럽위원회에서도 통합의 좋은 사례로 소개할 만큼 성공했다.

이런 정책은 다른 유럽국가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핍박받는 아이들에게 가장 너그러운 나라라는 사실은 국민적 자부심의 원동력이다. 스웨덴에는 오랜 과정을 거쳐 이주자들에게 거처를 내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결국 정부와 시민단체, 기업 등 성숙한 시민사회가 노력한 결과이자 스웨덴식 톨레랑스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고 자기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곧 공부라고 한다.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나를 넘어 세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시기다. 난민문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사회의 과제이자, 우리가 공부해야 할 주제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당연한 숙제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나도 이민자의 아들이다.”

이윤모 <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