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메가FTA 시대, 개방을 두려워 마라
올해 세계경제는 신흥국 부진, 금융시장 불안정, 지정학적 갈등의 고조라는 세 가지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경기회복과 개발도상국의 자구노력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높은 2.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신흥국 평균 성장률이 지난해에는 4%대 아래로 추락했다. 2012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경제와 대조적이다. 신흥국 경제 부진의 이유로는 글로벌 무역의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외부요인과 정책 불확실성, 생산성 하락 등 내부요인을 꼽을 수 있다.

각국 정부는 경기둔화의 순환적 요인에는 통화·재정 정책의 조합으로 대처하는 한편 구조적 요인에는 구조개혁 즉 규제정비와 노동시장 개혁,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적·물적 자본 축적에 힘써 왔다. 특히 선진국들은 글로벌 무역과 투자 위축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그 결과 세계 통상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세계 통상질서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 중심의 ‘선진국 삼각편대’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질서는 ‘메가 FTA(자유무역협정)’와 ‘복수국 무역협정’이란 두 축에 의해 지탱될 것이다. 지난달 나이로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보았듯이 도하개발협상(DDA)은 선진국(미국, EU)과 신흥국(중국, 인도, 브라질) 간 이견으로 더 이상 논의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1990년대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양자 FTA 또한 메가 FTA에 흡수되고 있다. 결국 협상이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진행 중인 미국·EU FTA(TTIP), 일본·EU FTA 등 메가 FTA가 향후 통상질서를 주도할 전망이다. 특정 의제에 관심을 가진 나라들이 모여 맺는 복수국 무역협정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조달협정(GPA), 정보기술협정(ITA), 환경상품협정(EGA), 서비스무역협정(TISA) 등이 그 예다.

한국은 메가 FTA 시대를 맞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기존에 맺은 양자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복수국 무역협정에 역량을 모으는 동시에 TPP 가입에 대비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보호주의라는 역류 현상은 일시적일 뿐, 계곡물이나 강물 모두 무역·투자 장벽이 낮은 ‘개방의 바다’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법·제도·절차·관행의 국제기준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모든 산업의 완전 개방을 전제로 한 준비가 절실하다.

둘째, 무역패턴 고도화와 관련해 서비스업 수출이나 제조업·서비스업 융합을 통한 신수출상품 개발 전략은 외국인 소비자 위주의 언어·문화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성공할 수 있다. 가령 정부가 서울 강남구를 한글·중국어 공용지역으로 정하고 10년 이상 노력한다면 이 지역 중국인 관광객 수와 투자유치액 그리고 관련 일자리 수나 수출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한글·중국어 또는 한글·영어 공용어 지역사업이 시범적으로 펼쳐지길 기대한다.

셋째, 새로운 해외 소비시장 개척과 확대를 위해 획기적인 한류(韓流)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 한류 수혜기업의 자발적 기금 조성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에 기초한 ‘제2의 문화융성’ 없이는 한류의 퇴조가 불 보듯 뻔하다. 화장품, 자동차, 전자제품, 액세서리 등을 수출하는 기업이나 병원, 대학, 관광업소 모두 소녀시대, 김수현, 전지현 등의 인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자본이 한류 제작사들까지 사들이면서 중국식 한류(漢流)의 글로벌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금, 한류의 미래를 원점에서 검토하고 그 지속가능성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허윤 <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hury@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