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학으로 노벨상 받은 중국…한국은 의사-한의사 싸움만
“아르테미시닌은 전통 중의학이 세계인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난 5일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투유유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85)는 노벨상 수상소감을 통해 중의학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노벨위원회가 “투 교수의 수상이 중의학에 대한 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인은 중의학 세계화의 성과가 나왔다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아르테미시닌 탄생 과정을 되짚어보면 중국인이 흥분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벌이고 있던 1960년대.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은 베트남 참전 중국 군인과 베트남 국민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곧바로 중의학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523프로젝트다. 마오쩌둥은 여러 차례 “중의학은 위대한 보물창고”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중의학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다. 투 교수가 속한 연구팀은 190번의 실패 끝에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중국 의사는 서양 의학을 하는 서의(西醫)와 중국 전통의학을 하는 중의(中醫)로 나눠져 있다. 양의(洋醫), 한의(韓醫)로 나뉜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중의학과 한의학이 자국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차이가 크다. 중국에서 중의학은 국가의료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의학 발전계획에 따라 중의약 표준화와 수출, 중의사 면허확대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新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 프로젝트에도 중의학 세계화가 포함됐다.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중의학 관련 대외교류에 투입한 예산만 5년간 635억원 정도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를 위해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중의약품은 9개다.

반면 국내 한의학의 현실은 초라하다. 영역다툼에서 밀리고, 건강식품에 치여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소변검사기기 같은 간단한 의료기기도 사용하지 못해 진단에 애를 먹고 있다. 한방 과학화와 표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지만 의사들과의 분쟁만으로도 버거운 게 현실이다.

투 교수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한국의 의사와 한의사는 그의 성과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의사들이 중의학 성과라며 전통의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자 의사들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의료 소비자인 국민은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다. 하나는 일본과 중국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나는 의사와 한의사의 밥그릇 싸움 소리다.

이지현 중소기업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