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백화점, 로컬푸드 판매 늘린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점포 주변의 농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들여와 24시간 이내에 판매하는 로컬푸드 판매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상품을 싼 값에 공급하고, 유통단계 축소로 농가와 유통업체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소에서 수산·축산물로 확대

이마트는 채소에만 적용해 왔던 로컬푸드 시스템을 수산, 축산, 청과 등 신선식품 전 분야로 확대한다고 9일 발표했다. 이마트는 11일부터 수산물, 20일부터는 한우 등 축산물에 로컬푸드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총 100억원이었던 매입금액은 올해 450억원, 내년에는 7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로컬푸드제 운영 지역 및 점포도 기존 4개 지역 20여개에서 연내 8개 지역 64개 점포로 확장한다.

롯데마트도 경기 남양주시의 전용 하우스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10일부터 로컬푸드 방식으로 판매한다. 전용 하우스로부터 반경 20㎞ 안에 위치한 구리 잠실 송파 강변 4개 점포에서 시금치 열무 얼갈이 등 세 가지 채소를 공급받아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농·수·축산물 100여개 품목, 120억원어치를 로컬푸드 방식으로 판매했다. 올해는 이를 150여개 품목, 180억원어치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경기 남양주시, 용인시 등지의 농가로부터 시금치와 상추 등 농산물 22종을 공급받아 지난 8일부터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은 로컬푸드를 확대하기 위해 자체 친환경 농산물 브랜드인 ‘채다움’을 로컬푸드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현재 친환경 농산물 가운데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로컬푸드를 연내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가격 20% 인하 효과

로컬푸드를 도입할 경우 유통단계가 현지생산인→산지유통인→도매시장→중간도매인→대형마트→소비자 6단계에서 생산자→대형마트→소비자 3단계로 줄어든다. 유통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이마트의 경우 로컬푸드로 판매하는 신선식품의 가격이 기존 판매 상품보다 10~20% 싸진다. 농가에서 경기 여주의 물류센터인 후레시마트로 왔다가 전국 점포에 뿌려지는 현 유통단계에서 연료 및 운송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백화점 역시 로컬푸드 제도를 도입한 상품 가격이 이전보다 20~55% 내려갔다. 최성재 이마트 식품본부장(부사장)은 “기존 유통 시스템을 따를 경우 채소는 수확 후 2~3일 뒤 점포에 들어오는 반면 로컬푸드 시스템에서는 전날 또는 당일 새벽 수확한 상품이 2시간 이내에 매장에 입고된다”며 “수확 후 24시간 내에 판매되는 만큼 신선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점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역량 있는 농가를 발굴하는 게 쉽지 않아 판매물량을 많이 늘릴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방과 달리 수도권의 경우 대형마트에 납품할 수 있을 역량을 갖춘 농가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며 “농가 발굴에만 1~2년의 기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은 만큼 로컬푸드 판매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컬푸드

점포 주변에 위치한 농가에서 수확한 농산물 등을 유통업체가 직접 매입해 당일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가격은 낮추고, 해당 상품의 신선도는 높일 수 있어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