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창업가를 키우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실험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자며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양성해온 글로벌 청년사업가 1기생 전원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국내 대기업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연구회는 이 같은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은 2년 전 대우그룹 창립 4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20년 동안 20만명의 청년을 ‘세계인’으로 양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현역 시절 그가 강조했던 ‘세계경영’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아주대 강연에서도 대학생들에게 국내에서 어렵게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 멀리 보고 성공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5년만 빡세게 굴러보라는 게 그의 조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신념으로 일찌감치 해외로 나가 곳곳에 대우 깃발을 휘날렸던 그다. 청년들에게 알량한 위로의 말을 들려주는 가짜 멘토들이 넘치는 세상에 그야말로 참다운 멘토 아닌가.

지금 청년들의 취업난은 실로 심각하다. 국내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갖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짜 멘토들은 그것이 오로지 사회 탓인 양 몰아가며 청년들에게 아부하기에 바쁘다.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집권하면 청년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다 만들어줄 것처럼 거짓말을 남발하기 일쑤다. 반값등록금 운운하는 걸 보면 오히려 청년실업자만 더욱 양산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눈을 해외로 돌리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도전의지와 모험정신이다. 국내 일부 공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이를 위해 정원까지 더 배정받았지만 정작 해외에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물론 일본에서도 실직상태인 청년들이 해외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제 겨우 2만달러밖에 안 되는 우리 상황에서 벌써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의 말대로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꿈을 이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