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저축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했다가 영업정지로 손해를 입은 예금자를 구제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5000만원 이하 예금자만 보호하는 기존 법률과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금융권에서도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극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5000만원 초과 예금자 구제

저축銀 5000만원 초과 예금도 구제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처리, 법사위로 넘겼다.

이 법안은 현행법상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피해액 일부를 보상하는 게 뼈대다. 구제 대상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9월까지 문을 닫은 1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 8만2000여명이다.

구제 규모는 예금 5000만원 초과분의 55%와 부실판매책임이 인정되는 후순위채 투자금의 55% 등 1025억원이다. 정무위는 부실저축은행의 분식회계로 과오납된 법인세 환급금, 금융감독원 분담금, 예금보험기금으로 조성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등에서 재원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정무위는 예금보험공사에 ‘보상심의위원회’를 설립해 피해채권액에서 개산지급금 등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피해자의 연령, 학력, 재산상황 등을 고려해 보상액과 지급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보상금을 지급받으려면 기금이 설치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해 보상심의위원회에 지급을 신청하도록 했다.

◆정부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도덕적 해이, 채권자 평등원칙, 자기투자 책임원칙 등 금융 시장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예보기금 설치운영의 목적과 관련 없이 사용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예금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구든 원리금 합계 5000만원까지만 보장받는 부분 예금보호제도는 외환위기 때 잠시 예외가 허용됐다가 2002년 1월 재도입돼 10년째 지켜온 원칙이다.

예보 기금도 바닥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저축은행 특별계정은 돈이 쌓여 있는 계정이 아니다”며 “5000만원 이하의 예금자를 보호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보는 이미 차입할 수 있는 한도인 15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권도 표를 의식한 편의적 입법이라는 주장과 함께 반발하는 분위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 지역 등 피해자를 의식한 포퓰리즘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2008년 9월 이전 영업정지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