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어제 발표한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하반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호전(好轉)돼 플러스로 돌아서겠지만 연간 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3.4%였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0.2%로 높아지고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성장률도 -1.6%로 지난 4월 전망치에 비해 0.8%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3분기와 4분기 모두 미약하지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마이너스 성장을 전제로 하는 소위'더블딥'의 가능성은 없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해 경기바닥이 언제인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달리 재정지출 효과를 보기 어려운데다 수출이 상반기 보다 더 호전될지는 불투명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상반기 210억달러에서 하반기에는 8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한은의 이 같은 경기진단은 지난달에 비해 한층 조심스럽고 신중해진 것으로 주목된다. 한은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특히 이성태 총재의 발언에서 묻어난다. 이 총재는 9일 금리 동결 후 "하반기에 높은 성장을 이끌 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당분간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는 단정적 표현으로 조기 금리인상 추측을 낳았던 한달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얼마전부터 일부에서 경기바닥론이 제기되면서 소위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 자체가 불투명하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점을 우리는 이미 밝힌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아직 경기 침체가 끝난 게 아니고 회복속도 역시 느리다며 각국은 저금리 및 재정 확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 역시 유사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 점에서 신중해진 한은의 경기진단은 현 단계에서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영향이 컸던 만큼 섣부른 긴축은 위험하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물론 이 한은 총재의 지적대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지만 이는 금리인상 이외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번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경기회복세가 불투명(不透明)하다며 2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아직 우리가 출구전략을 본격 거론할 때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