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와 여의도를 잇는 마포대교가 생긴 건 1970년 5월.그 이전까지 마포는 종점이고 여의도는 섬이었다. 한강철교(1900)부터 계산하면 여섯 번째,자동차가 다니도록 만든 한강대교(1937)부터 따지면 양화대교(1965) 한남대교(1969)에 이어 네 번째 놓인 한강다리다.

왕복 6차로로 건설됐을 때의 이름은 서울대교.마포대교로 바뀐 건 84년이다. 다리 개통과 함께 72년부터 여의도 개발이 시작된데다 86년 올림픽대로가 생기면서 하루 15만대의 차량이 통과하는,한강 다리 중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가 됐다. 결국 96년부터 보강에 들어가 2005년 10월 왕복 10차로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한강에 놓인 다리는 26개.반포대교(795m)와 한남대교(915m) 외엔 모두 길이 1㎞가 넘는다. 마포대교 역시 총 1317.65m나 된다. 게다가 자동차로 다니다 보면 다리 양쪽 보행로는 좁고, 마포쪽 진입로는 강북강변도로로 인해 어디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웠다.

걸어가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던가. 며칠 전 걸어서 건넌 마포대교는 한강 다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북단,그러니까 마포 쪽에서 다리까지 진입하느라 세 번의 건널목을 조심하며 건너야 했지만 일단 다리에 들어서니 강바람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했다.

넓어진 보행로는 자전거 도로와 인도로 나뉘어져 있고,다리 중간쯤부터는 바닥이 나무여서 걷기 편안했다. 군데군데 설치된 전망대엔 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와 자전거 보관대도 있었다. 쉼터엔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고,일부 구간엔 바닥 조명까지 돼 있었다.

다리를 건너니 앞으론 여의도공원,아래론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물빛광장 조성 등이 한창인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연결됐다. 염리동 집에서 다리를 건너 여의도공원을 둘러보고 오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반 남짓.

다리 위를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도로를 놔두고 인도로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그래도 가끔씩 걸어서 건너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걷다 보면 뱃살도 빠질 테고 쉼터에 앉아 흐르는 강물과 밤섬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살이에 지쳐 팍팍해진 마음의 여유도 되찾을 수 있겠다 여겨지는 까닭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