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힘겨운데 대형 마트가 동네 상권에까지 들어오면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최근 홈플러스 롯데슈퍼 등 대형 유통 업체들이 주택가나 이와 가까운 근린상가 등 동네 상권을 겨냥해 앞다퉈 분점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내면서 기존 슈퍼마켓 주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기업형 슈퍼 가운데는 동네 슈퍼와 엇비슷한 규모(200~330㎡)가 많은 데다 취급하는 품목도 별반 차이가 없어 지역 상권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수퍼마켓협동조합은 지난 6일부터 각 지역별로 'SSM 확산 저지 규탄대회'를 벌이고 있다. 김경배 회장은 "기업형 슈퍼가 들어서는 곳 주변의 슈퍼마켓 등은 심하게는 50% 이상의 매출 감소를 겪고 있으며 이들 기업형 슈퍼는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기존 점포를 퇴출시키는 수단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전국적으로 500여개에 이른다. 특히 대형 마트 간 출혈 경쟁이 심한 데다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주택가 및 근린상권 등 동네 상권으로의 진출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마트 측은 동네 상인들의 반발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시장경제 원리상 경쟁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현행 법에도 대형 마트의 동네 상권 진출을 금지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이들 기업형 슈퍼는 동네 슈퍼에 비해 깨끗하고 포인트 적립 혜택을 주는 등 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소비자들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동네 슈퍼마켓 등 자영업자들도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구멍가게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매장 규모를 키우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게을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상권과 기업형 슈퍼가 '무한 경쟁'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대형 할인점의 예이긴 하지만 지역 상권 매출에 10% 이상 영향을 미칠 경우 진출을 금지한다고 한다. 우리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조율을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