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과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협상과 관련해 "개방형 이사제의 'ㄱ'자도 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개방형 이사제 수정 요구에 대해 한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협상도 여전히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고 보면 이 같은 여당 의장의 발언은 정말 실망스럽다.

여당은 야당과의 합의처리를 약속해놓고도,대통령의 양보 권고까지 거부하면서 약속을 어기고 다른 법안들을 일방 처리함으로써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빌미를 제공했던 것이 불과 엊그제다. 또다시 이런 식으로 사실상 타협의 여지마저 두지 않겠다는 것은,도무지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올바른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누차 사학법 재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해왔다.

물론 개방형 이사제의 수정이 핵심이다.

지난 1월 말 개정된 사학법은 일부 비리 사학을 통제하는데 그치지 않고,전체 사학의 건학이념이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毁損)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는 일부 세력이 사학의 지배구조까지 흔들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경제의 근간인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도 없지 않다.

사학들과 종교계가 사학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여당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정략(政略)에 파묻혀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마저 실종되고 있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게다가 사학법 재개정 문제는 앞으로도 여야간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국경색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여야간 극한 대립이 되풀이된다면 원활한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정쟁이 더욱 격화될 소지마저 크고 보면 다급한 민생과 경제현안은 뒷전으로 처지고 말 게 분명하다.

따라서 여야는 앞으로의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서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보다 합리적(合理的)인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순리이지,정략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거나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치가 아니라는 점을 여야 모두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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