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설교통위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조치법'을 원안대로 졸속 통과시킨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을 충분한 토론도 없이 서둘러 표결 처리하고,그것도 모자라 법사위와 본회의에서도 지역정서를 앞세워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기세니 말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대다수 건교위 의원들이 겉으로는 특별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표결 결과 두 정당의 상임위 간사만 반대하고 나머지 의원들이 모두 찬성한 것은 전형적인 당리당략적 행태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 다음 두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현 정부와 충청지역 일부 단체들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는 건 결코 용납돼선 안된다. 국회에서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위원회' 구성안이 무산됐을 때 충남 시·군의회가 성명서에서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죄와 의원직 사퇴를 하라"고 촉구하며,"국회 건설교통위와 법안심사소위는 물론 전체회의 때 시·군의회 의원들이 집단으로 상경해 방청하면서 감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 것은 다중의 힘으로 의회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가지 걱정되는 대목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지역이기주의를 격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나선 건 물론이고,신행정수도 건설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충청권 내에서도 서로 자기네 쪽으로 와야 한다며 소지역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형편이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명분 아래 추진된 신행정수도 건설이 무분별한 개발심리와 소모적인 다툼만 부추기고 있으니 정말 큰 일이다. 지자체들은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아야 옳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만 높인다고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수도 이전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을 감안해 그 타당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하며,남북통일에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입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설사 건설을 강행한다 해도 이전되는 행정기관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포함시켜야 적정할지 따져 봐야 하며,시행시기도 단계적으로 조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절차를 밟아야 합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