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옷값은 불황과 무관한가. 삼성패션연구소가 백화점 입점브랜드의 옷값 평균을 조사한 결과 원피스는 37만9천원으로 지난해보다 45%,치마정장은 60만8천원으로 37%,남성정장은 79만2천원으로 25% 올랐다는 소식이다. 모든 품목의 평균가가 10만원이상이고 가격대가 가장 낮은 티셔츠의 최저가가 3만2천원이었다고 한다. 옷값은 원체 천차만별이다. 수입의류 가격은 보통 국산브랜드의 2배가 넘는다. 남성재킷은 2백만원 이상, 티셔츠나 블라우스는 30만∼50만원선.뿐만 아니라 세일기간에 판매하는 경우 수선비를 따로 받는다. 이에 비해 시장과 할인점의 옷값은 마냥 싸다. 티셔츠의 백화점 평균가는 11만7천원이라지만 할인점엔 3천원짜리도 있다. 월마트에서 취급하는 영국 브랜드 조오지는 1만∼3만원 정도다. 옷값이 이렇게 차이나는 건 값과 품질을 동일시하고 유명브랜드라면 사족을 못쓰는 풍토 탓이라고 한다. 비싸야 인정받는다는 것때문에 소비자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에서 8만8천∼1만원짜리 폴로 티셔츠 20종의 품질을 분석했더니 차이가 거의 없는 건 물론 1만6천8백원짜리 중저가제품이 가장 우수했다고 한다. 비싼 게 비지떡이었다는 얘기다. 백화점 옷값의 상당부분이 제조원가와 상관없는 유통비라는 것 또한 알려진 사실이다. 판매가중 제조원가는 20∼40%,인건비 판촉비 등 관리비는 25∼37%인 반면 백화점 판매수수료 등 유통비가 30∼38%인 점이 옷값 상승을 부채질하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려면 백화점과 의류업체의 거래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섬유산업연합회의 보고도 있다. 턱없이 비싼 수수료를 물면서도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은 그로 인해 매겨진 비싼 값을 소비자가 지불하기 때문이다. 소비행위엔 합리성 외에 심리적 만족이라는 요소가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의 허례허식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미국 등에선 할인점의 자사브랜드(PB)의류가 불티나고,일본에선 노브랜드(No Brand) 상품인 무인양품(無印良品)이 인기를 끈다.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만이 옷값의 거품을 없앨 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