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1·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은 한마디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들만 죽어난다'는 속설을 통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5분위 소득분배율(하위 20% 계층 소득대비 상위 20% 계층 소득)이 지난해 평균 5.18배에서 5.47배로 악화되는 등 소득분배 구조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소득분배 구조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외환위기 직후의 5.52배(98년 1.4분기)에 육박하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처럼 한때 개선조짐을 보였던 소득분배 구조가 다시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피해가 저소득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려했던대로 소비위축으로 바닥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에 직격탄을 날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임금 이외의 소득도 있어 그런대로 견딜 만한 상황인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것은 가계수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하위 20% 계층은 소득에서 세금과 지출을 뺀 가계수지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적자 규모가 1년전 월 12만원에서 18만원으로 50%나 늘어났다. 특히 이들의 가계수지 적자율이 무려 19.1%에 이르고 있어 이미 파탄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비해 상위 20%는 같은 기간 월평균 흑자규모가 1백92만원에서 1백96만원으로 다소나마 늘어났다. 지난 외환위기에 이어 이번 가계수지 동향에서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이 또한번 입증됐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진정 서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경제부터 살려 놓고 보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지난 3개월 동안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한답시고 개혁이니 분배니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면서 온갖 갈등만 부추긴 결과가 과연 무엇인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잔뜩 부담을 줘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아닌가. 집권세력은 차제에 성장없는 분배가 얼마나 공허한 구호인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최고의 복지와 분배는 일자리와 성장이라는 말의 뜻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정치권도 이제 더이상 신당놀음이나 당권경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파탄지경에 빠져 있는 서민들의 원성이 들리지도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