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온(Come on),닉 라일리.' GM대우자동차의 닉 라일리 사장이 소주를 마셨다. 지난 1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사내 축구대회에서였다. 경기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오전 11시께 응원석에 앉아 있던 어느 근로자가 아래 쪽의 라일리 사장을 불렀다. 엉겁결에 근로자들의 자리로 옮겨간 라일리 사장은 1.5ℓ짜리 페트병에서 따라진 소주를 종이컵에 받아들고 속칭 '원 샷'을 했다. 물인줄 알고 받아마셨던 라일리 사장은 순간 당황했다고 한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소주를 들이키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준결승 경기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돼 1천여명의 임직원들이 보조경기장 옆 공터에 둘러앉았다. 한국식 도시락이 메뉴였다.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가 문제였다. '앉은뱅이'식사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는지 라일리 사장은 몸을 일으킬 때 조금 비틀거렸다. 다리가 저렸기 때문이다. 처음 앉을 때도 다리를 제대로 꼬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라일리 사장은 시종 유쾌한 기분이었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얘기다. 월드컵 응원구호였던 '대∼한민국'을 패러디(?)한 '지∼엠대우'도 목청껏 외쳤다고 한다. 사실 틈날 때마다 근로자들에게 'GM대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하는 라일리 사장이고 보면 이같은 모습이 이상할 것도 없다. 8천여명의 한국인 종업원을 거느린 최고경영자로서 양측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려면 이 정도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GM과 과거 대우차와의 기업문화는 확연히 다르다. 경영행태 역시 닮은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이해는 가능할지 몰라도 '동화'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라일리 사장이 또 하나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임직원들의 임금과 복지다. GM대우차 임직원들의 임금은 경쟁사의 절반 수준을 간신히 넘어서고 있다. 라일리 사장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GM대우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