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비타푸드(Vitafood) 2002 전시회. 세계적인 바이오전시회에서 국내의 조그마한 바이오 벤처기업이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쎌바이오텍은 달랐다. 행사기간 내내 갖가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전시부스부터 로쉬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전시장 맨 가운데를 차지했다. 주요 참가업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업 프리젠테이션 기회도 따냈다. 로디아 로셀 바이오가이아 등 유명 바이오업체들로부터 상담요청이 쇄도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정명준 사장을 비롯한 8명의 쎌바이오텍 직원들은 모두 영업맨으로 변신,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부스를 방문한 바이어들을 각개격파했다. 쎌바이오텍의 공격성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바이오 시장 침체로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들이 자금난이나 매출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쎌바이오텍은 오히려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해외진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닥 입성을 위한 예비심사까지 통과했다. "개발,영업,투자,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공격적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게 정명준 사장의 경영 원칙이다. 그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 벤처도 초기부터 충분히 수익을 낼수 있다는 새로운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이미 지난해 전체매출의 80%수준을 넘어서 95년 창립이래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당기순익도 전년 전체수준을 넘어섰다. 유산균 제품 개발 선두=쎌바이오텍은 국내 바이오벤처 1호기업이다. 주력사업 분야는 유산균으로 이미 국내외에 명성이 높다. 고농도 코팅 유산균 완제품과 유산균 원말을 생산해 국내외 제약회사 및 식품회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유산균 발효기술,선진기업 수준의 생산설비,벤처로는 드물게 완제품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쎌바이오텍은 의약품 생산을 위한 BGMP(우수원료의약품 생산허가)인증은 물론 선진국 수출에 필요한각종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기술력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바이오분야 원천기술 개발에는 10년이상의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연구개발이 끝났더라도 제품 생산에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연구개발 중심의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매년 적자를 감수해가면서 연구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쎌바이오텍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유산균 시장의 경직성과 자금부족 등으로 연구개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쎌바이오텍은 그래서 우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구축에 주력했다. 이를위해 생산시설 구축은 물론 각종 인증획득을 통해 시장개척에 노력했다. 정 사장은 "그 결과 쎌바이오텍은 연구와 생산을 병행하는 몇 안되는 바이오벤처로 기술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기존에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바이오벤처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DNA칩,단백질공학 등 원천기술에서는 선진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기술격차가 크다. 반면 쎌바이오텍이 주력하고 있는 유산균 발효기술은 유일하게 선진국 수준에 가장 근접한 기술이라는 평가다. 정 사장은 "따라서 유산균이야말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중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문"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4세대 유산균 코팅기술,생산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는 쎌바이오텍은 저렴한 생산원가로 가격에서도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EO의 경쟁력=쎌바이오텍의 김포공장에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바이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 회사는 어느나라고객이든 그 나라 요리를 손수 만들어 대접한다. 이같은 정성에 감동한 바이어들은 깊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 나중에 반드시 주문서를 보낸다. 이는 정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정 사장은 "대기업 뿐 아니라 벤처기업도 세계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선고객만족경영에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엔지니어 출신이면서도 영업.마케팅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정 사장은 대상에서 연구기획 담당으로 근무하다 덴마크 왕립공대에서 "유산균 발효"연구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이오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바이오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