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h@koscom.co.kr 여름 삼복 더위를 피해 며칠간 경기도 어느 산속에서 지냈다. TV도,신문도 없고 가까운 곳에 친구도 없는 완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폭우가 계속 내렸기에 등산은 포기하고 가지고 간 책 몇권을 읽으면서 조용히 지냈다. 천둥번갯소리 빗소리를 들으며 일상 생활을 반성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무척 바쁘게 지낸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입학시험 준비에,대학시절에는 학점 따기에,직장에서는 상사들 따라가기 바쁘다. 무엇하나 창의성에 기초한 행동이기보다 남들이 이뤄 놓은 지식을 바쁘게 따라 가는 인생살이다. 그러나 인생살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지혜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과 관행이 옳은지,근본적으로 다시 조명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능력이 필요하다. 유명한 학설이고,유명한 학자의 의견이니 당연히 옳은 것으로 기정사실화할 경우에는 지식만 있고 지혜는 없다. 우리는 선인들의 가르침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만 책을 등에 쌓아 올린 당나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유태교에는 단일한 교리가 없다. 구약성서가 있지만 실제 적용할 때는 상황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한다. 지식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유태인은 학생들의 지혜를 개발하는 교육 방법으로 보통 몇 명씩 그룹을 만들어 토론식으로 공부를 한다. 주입식이 아니다.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어느 의견이 옳다는 결론을 내지 않는다. 책에 없는 이야기,또는 선생님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무시당하는 우리나라의 풍토를 보면 사람들의 지혜를 발굴하기보다 요령만 키우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 '복은 검소한 데서 오고,덕은 겸손한 데서 오며,지혜는 조용한 명상에서 온다'고 한다. 지혜가 있어야 성불할 수 있기에 스님들도 많은 경전을 읽기보다 하나의 화두를 깊게 파고드는 참선을 많이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스포츠에 빠져 있고,스피드를 즐기며,TV와 오락물에 시간을 쓰고 있을 때 유태인들은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탈무드를 읽으며 토론을 한다. 지혜를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