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경제학회에서 '동북아 경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정부와 기업계 인사들까지 참여해 토론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논의는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하나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블록화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 당위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역내 거주인구 산업생산 보유자산 등을 통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세계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잠재력에 주목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는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한 총론적인 당위성을 강조하는 단계를 넘어 걸림돌이 되는 관련법규와 제도를 고치고 당장 실천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이를 위해 학계나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당국도 함께 참여해서 분야별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보다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마땅하다. 당장은 어느정도 논의가 진행된 자유무역협정 정보통신(IT)표준화 국제금융협력 등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 한·일간에 논의중인 자유무역협정의 윤곽이 잡히면 이를 한·중·일 3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3국의 관세수준을 조정하고 물류통합을 가로막는 장벽을 철폐하는 등의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그 전망이 한결 밝아졌다고 본다. IT분야에서도 지난달 중국에서 한·중·일 3국의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모여 차세대 이동통신을 비롯해 IT분야의 표준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장관회담을 상설화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한·일 중앙은행간에 스와프협정을 맺은 바 있는 금융부문에서도 최근 달러환율 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외환위기 당시 얘기됐던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논의가 결실을 맺기까지 예상되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예로 값싼 중국산 농산물 수입과 제조업공동화 등에 따른 충격완화를 위해 산업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고,이 과정에서 고용불안 지역경제 동요 등과 같은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21세기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길이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부에서 우려하듯 자칫 국내산업이 고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