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방송 도중 자살하면 시청률이 50%는 올라갈 거야." 영화 '네트워크'(시드니 루멧 감독)에 나오는 하워드의 농담은 시청률에 대한 뉴스앵커의 스트레스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영화속 방송사는 시청률 제고를 위해 하워드의 정신착란 증세를 이용하려 드는가 하면 범죄현장의 리얼한 방영을 위해 테러집단에 돈을 대주기까지 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국내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도 이에 못지 않다. 광고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프로그램 평가는 물론 편성 자체가 시청률에 의해 좌우된다. 공중파 방송 3사가 앞다퉈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유부남의 불륜(위기의 남자,고백),여교사와 남제자의 사랑(로망스),이복남매의 사랑(피아노) 등 비정상적 내용 투성이다. 눈길을 끌기 위해 첫회는 과다노출(여인천하,태양인 이제마)이나 깡패들의 싸움(피아노,유리구두)으로 시작한다. 게다가 악녀와 천사 왕자 깡패로 대별되는 구도 또한 거의 한결같다. 시청률 경쟁에 관한한 뉴스도 예외일 수 없다. 간판뉴스의 시청률이 자존심과 연결된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한 방송사의 저녁 메인뉴스를 맡았던 앵커는 시작한 지 7개월간 시청률이 안오르자 사표를 썼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MBC TV가 밤 9시 뉴스에서 실제 살인장면을 여과없이 공개한 것도 시청률 경쟁 탓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2년간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자 연초 엄기영 보도본부장을 앵커로 재기용하는 초강수를 썼는데도 시청률이 별로 오르지 않자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나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어디까지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와 깊이있는 해설에 달린 것이지 충격적인 화면에 좌우되는 건 아닐 것이다. 매일 출근 즉시 시청률 조사표부터 읽어야 하는 관계자들의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해도 끔찍한 살인장면을 그냥 내보낸 건 방송저널리즘의 도리를 망각한 일이다. 차제에 뉴스프로그램만이라도 시청률지상주의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