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전세계 외환시장 및 주식시장은 최근 미국발 회계부정과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뢰 저하 등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 때맞춰 이머징마켓에서도 새로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는 라틴 아메리카다. 지난해말 아르헨티나 경제가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했을 때 남미지역과 이머징마켓은 대체로 가벼운 상처만 입고 위기를 모면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때와 같은 금융재난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었다. 아르헨티나는 예상보다 훨씬 적은 지원만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경계경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디폴트 선언 당시보다도 훨씬 더 비참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전염'이 다시 퍼지기 시작하면서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등 인근 남미국가들에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불길한 징조는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브라질 금융시장은 거의 공황(패닉)상태까지 갔다. 주식시장은 곤두박질쳤고 국가위험지수(브라질국채금리-미국채금리)는 디폴트선언 직전의 아르헨티나보다 더 높게 치솟았다.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와 같은 길을 간다면 4년전 동아시아 못지 않은 이머징마켓 위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유사성은 피부로 느끼는 것만큼 크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채무는 외채가 대부분인 반면 브라질 채무는 국내 빚이 훨씬 더 많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선언 직전까지 고정 환율제를 유지했지만 브라질은 변동환율제를 시행해 왔으며 이는 충격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규모가 작고 몇몇 상품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만 브라질 경제는 크고 다양화돼 있다. 또 시장은 좌파 성향의 노동당 소속 룰라 다 실바 후보가 오는 10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그가 현재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은 분열돼 있는 우파를 뭉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룰라'는 정통 경제 및 금융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결코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시장은 잘못된 길을 갈 때도 계속 나아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붕괴에 대한 예언들은 스스로 이뤄지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손쉬운' 일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룰라'를 비롯한 브라질 대선후보들은 그들이 채무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고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를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두번째로 선진국 지도자들은 브라질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만한 말들을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 최근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브라질에 대한 추가 지원은 필요없다"고 해서 시장을 크게 동요시켰다. 엉겁결에 불쑥 말한 발언이 가뜩이나 걱정할 게 많고 취약한 시장에 무거운 짐을 지울 수 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6월27일자)에 실린 'Here we go again'이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