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의 진통 끝에 현대그룹 금융3사 매각과 관련해 AIG와 정부간 양해각서가 체결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대우차와 함께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현대 금융3사의 해외매각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금융3사 매각으로 현대그룹의 계열분리가 사실상 완료돼 우리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고,금융시장에서 휴화산으로 여겨졌던 투신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0월말까지 본계약이 체결되고 11월말까지 출자금이 납입되기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어 낙관만 하기에는 이른 감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양해각서 체결직후에 터져나온 현대증권 주당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증권 이사회는 법상 허용된 3자 배정시 최대 할인폭인 10%를 적용해 8천9백40원에 신주를 발행토록 의결했으나,AIG측은 7천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현격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국내 증권관련 법규를 모를리 없는 AIG가 협상타결 직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국제 상도의는 물론이고 국내법규를 무시하면서 가격을 후려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AIG측은 우회출자 허용,우선주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도 모자라 5년간 5% 배당까지 보장한 매각조건이 특혜에 가깝다는 것이 한국내 여론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큰 변수다. 당장 참여연대에서는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10% 할인 발행된데다 현대증권에 출자될 4천억원 전액을 현대투신에 우회출자하는 것은 주식가치를 30%나 떨어뜨린다며 가처분 신청도 불사할 태세다. 그러나 과연 외자유치를 무산시키는 것이 현대증권 소액주주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외자유치가 무산될 경우 현대투신에 대량환매 사태가 발생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고 이경우 최대주주인 현대증권이 부담해야 할 자금만 해도 2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우회출자가 물론 정도는 아니나 이것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현대투신에 투입될 공적자금 규모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아무튼 이번 매각협상을 최종 타결짓기 위해서는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내당사자는 물론이고 AIG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