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 한나라당 국회의원 YIM@manforyou.co.kr > 런던 템즈 강변에 자리잡은 영국의 국회의사당은 피터팬에 나오는 빅벤이라 불리는 큰 시계탑과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는 뾰족뾰족한 첨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건물은 약 1천년 전에 지어져 1500년대 초 헨리 8세 때까지 왕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 국회의사당은 정문을 중심으로 왼쪽에 하원,오른쪽에 상원이 자리잡고 있다. 출입문은 중앙문이 있고 좌우측으로 문들이 나뉘어져 있는데,하원과 상원이 각각 좌우문을 나누어 따로 쓰고 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중앙문이다. 필자는 양쪽 옆문들을 상·하원들이 사용하니 중앙문은 당연히 여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사람이 사용할 것으로 넘겨짚었다. 그런데 여왕은 맨오른쪽 문을 사용하고 중앙문은 일반인들이 사용한다는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과연 민주주의의 산실이구나'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회의장도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본회의장은 여야가 마주보고 앉는 구조로 돼 있다. 명패도 없고 지정자리도 없으며 의원 수에 비해 자릿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리고 바닥에는 양측 좌석 앞으로 각각 2줄의 굵은 선(sword lines)이 종래 기사들의 칼 길이의 2배 간격으로 그어져 있다.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이 소드라인을 두고 있는 것은 의회 내에서는 물리적인 폭력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2차대전 직후 독일공습으로 파괴된 의사당을 복구할 때 흔히 보는 통상의 의회모양을 따라 반원형의 지정석이 있는 구조로 내부설계를 변경하는 문제가 논의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수상 처칠이 원형대로 복구할 것을 강력 주장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처칠 수상의 생각은 이랬다고 한다. 여야가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있게 마주앉음으로써 의사가 보다 분명히 전달될 수 있으며,정치적인 소신이 소속당과 차이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상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처칠 자신도 보수당의 관세보호정책에 반대해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긴 적이 있다). 또한 게으른 사람은 자리에 앉을 수 없게 함으로써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국회운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