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 Vulture )와 벤처( Venture )라는 두 어휘는 발음이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투자가 수반되며 성공하면 그 보상도 크다는 등 서로 연관성도 많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상호 유사성보다 그들 사이의 차이가 더 크며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벤처"는 장래 전망이 뛰어나게 좋은 새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실천을 위해 소액 투자자들이 자금을 조성하여 창업하고 그 사업이 성공하면 초기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자본투자 이익을 선사한다.

이러한 고수익 가능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벤처형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백에 달하는 할증률 약속의 뒤에는 그 나름대로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

첫째 사업의 시장성 여부에 따르는 위험(예로서 표준의 불일치), 둘째 타이밍의 위험, 셋째 CEO(최고경영자)의 자질,넷째 벤처는 단기간 내의 성공적 자금 조성이 그 필수 요인이나 이는 시장 형편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반대로 "벌처"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업 형태로 이름도 시체를 뜯어먹는 새를 지칭하여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견 기업이 도산하거나 도산 위험에 처한 상황 하에서는 벌처가 오히려 우리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벌처는 법정관리나 화의 등 준도산형태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는 도구다.

이를 위해 벌처는 해당 기업에 대해 3단계의 갱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원료 구입 및 임금 지불을 못하는 이 회사에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

또 회사의 갱생을 이행할 전문경영인을 찾는 것이다.

이 경영인은 선임 즉시 감사 및 조사팀을 투입하여 회사의 문제점 등을 우선 순위로 나열한 후,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내외의 인재와 능력을 가지고 조직을 재편 <>종업원 정신 교육과 인간개조 <>공장의 안정적 운전과 1백% 가동,그리고 <>고객의 신뢰 회복을 통한 영업의 안정이라는 4대 명제를 최단시일 내에 달성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벌처작업의 제 1단계다.

모든 준 도산 기업은 그 속에 수익력이 좋은 기술 등 특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발견해 내고 잘 다듬어 수익력이 좋은 별도 사업체나 자산으로 매각 ( Spin Off )하는 것이 바로 제 2단계 작업이다.

이 작업에는 스핀 오프되는 소기업에 본사의 채무를 얼마만큼 얹어주느냐가 하나의 중요한 결정으로서 대부분 매출총액 대비 1백20% 정도면 무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인적 분리로 모기업 부채를 같은 비율로 얹어 주자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과도한 자본 코스트 부담을 주게돼 분리를 통한 수익력제고효과가 무산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을 어떤 형태로 채권 면제에 활용하느냐가 그 다음 세 번째 과제이다.

이는 복잡한 채무구조와 담보 구조로 인해 스핀오프 초기부터 채권단과 벌처기업이 같이 작업을 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이후 주력산업의 회생을 위해 이 벌처의 자금 조성에 정부가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또 기업 구조조정회사( Capital Restructuring Company )제도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벌처라기보다 기업치료회사 즉 Corporate Medical Company 로 부르는 것이 옳겠다.

기업 회생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전문 경영인에게 거의 1백% 기업갱생 책임을 지워 놓았으나 그의 역할을 위에 말한 1단계만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는 제2단계부터 본격적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고, 전문경영인들은 특히 1단계에 발목이 잡혀 2단계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생각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벤처와 벌처는 공히 산업 발전에 불가결한 요소다.

벤처는 미래지향적이고 리스크가 큰 반면, 벌처는 기존 굴뚝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그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중견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벌처기업의 회사치료 기능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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