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증권사.투신사 사장단 모임에서 금융구조조정과 증시수급안정 등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은 정부가 나름대로 주가를 지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현재 장부가로 평가되고 있는 약 25조원 규모의 채권펀드에 대해서는 싯가평가제 적용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나 원래 6월중으로 예정했던 투신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이달 말로 앞당기기로 한 것은 물론,뮤추얼펀드의 만기연장 허용과 무분별한 증자억제 방침도 증시수급불안 해소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어제 주가는 700선마저 무너져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시장이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정부도 마땅한 카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증시부양책을 기대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보기 때문에 이 장관 발언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증권사.투신사 사장단 모임에서 재확인된 이 장관의 경제상황 인식과 방법론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고 있으니 별 문제 없다는 주장이나 국회동의 없이 기존 투입자금을 회수해 필요한 공적자금을 추가조성 하겠다는 고집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들이 겉으로는 BIS 비율을 비롯한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자생력은 여전히 취약해 근본적으로 금융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단적인 예로 워크아웃이 지지부진해 1백조원에 달하는 잠재적인 부실채권이 금융권 전체에 큰 짐이 되고 있는데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측이 무시하고 있지 않으냐는 걱정이 앞선다.

금융부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부족은 추가로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에 대한 과소평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관련해 국회동의를 받을 경우 은행의 자구노력이 늦춰지게 된다고 정부측은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율 구조조정론이 은행들로 하여금 잠재부실을 감추도록 유인하고 결국은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기 쉽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제2의 위기 운운하며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경제정책을 책임진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임시방편으로 위기상황을 호도하려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보며 증시의 냉랭한 반응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