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을 둘러싼 표준논쟁은 그 결과에 따라 정보통신 분야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면서 아직도 표준방향의 가닥조차 잡지 못해 매우 걱정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미국이 자국업체의 동기방식 채택을 요구하는 등 통상압력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동기방식을 주장하는 기존의 일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우리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이미 이루어진 투자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비동기방식을 주장하는 신규업체들은 세계시장의 70~80% 점유가 예상되는 등 사실상 세계표준의 무게중심이 이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은 속도.양.질 측면에서 고도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외에 세계적 차원의 서비스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 차원에서 이동통신업체들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일어나고 기기 및 시스템 업체들의 경쟁 또한 세계를 무대로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관점에서 표준결정은 국내업체들간 경쟁적 이해관계의 대립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과거의 기술적 성과나 투자비용 회수에 너무 집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모르나 시장상황에 따라서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내와 미국 및 중국내 일부의 동기식 바탕 시장도 현실이고 유럽과 일본 등 광범위한 비동기식 바탕 시장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시장이 지배적 표준을 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협상력이 취약하고 수출이 중요한 우리로서는 시장동향만큼 중요한 변수는 없다.

IMT-2000과 관련해 두개의 표준이 존재한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 비효율성이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면 업체들이 각자 지향하는 시장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고 정부는 새로운 기술과 표준의 기초를 다져 나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