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일부 판매대리점들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할인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나선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할인판매를 방치할 경우 기존의 판매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시대적인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사와 포드사는 지난 9일 각각 인터넷업체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와 야후를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고 차량등록 정기점검
및 사후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뿐만아니라 가전 컴퓨터와 같은 내구소비재
항공권 금융상품 등 인터넷 판매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인터넷쇼핑몰 대형할인점 TV홈쇼핑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태가 급성장해 오는 2003년쯤에는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5%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전통적인 유통부문과 신흥 유통업간의 소모적인
이해갈등을 지양하고 유통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다.

그중에서도 경쟁을 촉진하고 가격결정을 투명하게 하며 유통관련
정보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 핵심적이다.

우선 국내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게끔
유통시장을 국내외업체에 개방하고 특정업체에 전속된 대리점대신 업종별로
양판점이 다양한 업체의 제품을 취급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제품우열이 시장에서 신속하게 판가름나게 된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면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9월부터 가전제품에 대해 제조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권장소비자
가격제 대신 최종 판매자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를 적용한 것이
그런 예다.

심지어는 소비자가 제시하는 사양의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최저가를 제시하는 "역경매"방식을 도입한 인터넷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끝으로 유통혁신을 가속화하자면 제조 물류 유통 등 유통공급망과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참여해 유통관련 정보기술을 공유하는 유통총공급망 관리
시스템(SCM)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최적재고 보유, 납기단축 등을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그결과 국민경제 차원에서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며
고용증대도 꾀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