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때부터 기업가였다"

스테판 맥도넬 케이스(40).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뱉었던 이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세상에 입증해 보였다.

그로부터 30년만에 세계 최대 온라인 통신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스티브 케이스로 잘 알려진 그는 24억달러(2조8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산도 모았다.

사람들은 패기와 아이디어, 두려움을 모르는 추진력을 가졌던 한 소년의
신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58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일찍부터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이미 10세때 형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레모네이드" 주스를 파는 벤처기업을
차려 눈길을 끌었다.

그의 형은 현재 미국의 투자은행 함브레히트&퀴스트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중인 대니엘 케이스(41).

보기드문 형제 CEO인 이들은 주스장사를 시작한 다음해 잡화상으로 사업
규모를 늘렸다.

결국 실패했지만 어린 시절의 이같은 경험은 두 사람에게 사업적 재능을
일깨운 값진 것이었다.

아이디어와 패기가 넘치는 스티브 케이스의 학교 생활도 예측불허였다.

고교시절엔 밴드활동과 고교내신문 편집장을 했다.

다른 정보통신업체 경영자들과는 달리 대학전공도 정치학이었다.

사회생활은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갬블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피자헛과 펩시콜라에서 신제품 개발도 했다.

그러다 비디오 게임업체인 컨트롤 비디오사로 옮기면서 드디어 컴퓨터와
관련된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스티브 케이스는 컨트롤 비디오가 망한 폐허위에서 85년 AOL을 설립했다.

나이 26세때였다.

이때부터 스티브 케이스의 사업가 기질은 본격적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통신업에 뛰어든 그는 우선 "컴맹"들을 집중 공략했다.

복잡한 명령어 대신 간단한 화면구성과 큼직한 버튼으로 승부를 걸었다.

AOL의 접속 프로그램은 잡지나 일상 생활용품에 끼워 무료로 배포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컴맹들이 쓰기 쉽고 접속이 잘되는 AOL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의 사업적 감각은 "기술통합" 면에서도 드러났다.

95년 "윈도95"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PC통신 접속프로그램에 인터넷
웹브라우저를 통합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컴퓨터 통신의 혁명이었다.

이로써 고객들은 AOL 온라인서비스를 통해 PC통신과 인터넷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용할수 있게 됐다.

AOL은 이를 계기로 경쟁업체였던 컴퓨서브를 따돌렸고 결국 컴퓨서브는
AOL에 흡수됐다.

아웃소싱(외부위탁) 전략도 성공의 큰 요인이 됐다.

케이스는 고객에 제공할 정보를 금융 여행 레저 등 큰 단위로 분류하고
이를 단위업체들에게 턴키방식(일괄도급)으로 맡겼다.

전문업체가 해당 분야 정보를 찾고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형태로 가공
함으로써 제공되는 정보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같은 스티브 케이스 회장의 전략은 AOL을 탄탄대로의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AOL의 가입자수는 최근 5년간 14배나 늘었다.

지난달말 기준으로 전세계 가입자수는 2천만명을 넘어섰다.

1백만명의 추가고객을 확보하는데 불과 1백2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루 평균 8천명이 신규 고객 리스트에 올라온 셈이다.

덕분에 지난 5년간 순익은 21배, 매출은 12배가 늘어났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니 주가가 오르지 않을수 없다.

작년 한햇동안 AOL의 주가는 6백%나 상승했다.

기업인수합병(M&A) 전략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말에는 인터넷 검색업체인 넷스케이프를 약 42억달러(5조2천억원)에
사들여 인터넷 평정을 꿈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는 넷스케이프 인수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참여시킴으로써 인터넷접속
(AOL)-이용(넷스케이프)-프로그래밍(선마이크로시스템즈)이라는 강력한
"인터넷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스티브 케이스의 경영 스타일은 곧잘 빌 게이츠 MS 회장과 비교된다.

빌 게이츠가 "스타형"이라면 그는 "실무형" 경영자로 불린다.

그는 "내가 당장 내일 그만 둔다고 하더라도 AOL은 이상없이 굴러가겠지만
빌 게이츠가 그만두면 MS가 큰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스티브 케이스를 빌 게이츠를 대적할 유일한 인물로
꼽기도 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