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있다. IMF 사태로 중산층이 급격히 엷어지고 있다는게
여러 연구원의 공통된 조사결과이고 보면 중산층 지원대책은 시급하다.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중산층이 튼튼하지 않으면 정치건 경제건 안정과
발전을 이루기는 어렵다. 우리가 정책의 초점을 중산층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3월31일자 본면)한 것도 바로 그런 시각에서 중산층붕괴의 심각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기존의 인식으로는 과연 어느정도 효과적인 방안이 나올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실제로 정책선택이 쉽지 않은게 현실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예컨대 세제만 해도 그렇다. 재정적자
해결과 중산층에 대한 세금부담 경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세제를 통해 중산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면 우선 지원대상 중산층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야할 대상이
봉급생활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적자 때문에 증세정책이 불가피한 상황
이지만 유리알 지갑의 봉급생활자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1차적인 중산층 지원대책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덜내던
계층, 곧 자영업자와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업인 등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부가세
과세특례나 간이과세제 등이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인데, 총선을 앞두고
1백60여만명의 반발을 살 제도개선을 밀고 나갈 정책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중소기업 창업에 대한 지원강화가 중산층확대를 위해 긴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른바 명예퇴직 등 고용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대부분이 사무관리직 중간연령층이고 이들중 상당수가 사실상 재취업
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업에 대한 지원확대는 더욱 절실하다. 벤처기업
이 아닌 업종이더라도 제조업이라면 창업후 최초소득이 발생한 뒤 상당기간
감면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24.2%(주민세 포함)에
달하는 이자및 배당세율도 낮춰야 한다. 종합과세를 유보하면서 이자소득세율
을 크게 올린 것은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부담만 늘린 꼴이다. 저금리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이자소득세율은 문제가 있다.

중산층 대책은 세제나 세정에 그칠 문제도 아니다. 저금리 아래서도 유독
가계대출금리만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고,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취해지고 있는 직업훈련 등도 나이든 계층은 간과하고 있는 듯한 일면이
없지 않다. 중산층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인 사교육비도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도 있는 만큼 종합적이고 실효성있는
중산층 지원대책이 범정부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