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변화의 바람이 가장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간접투자시장이다.

기업연금제도 도입, 채권싯가평가제 전면시행, 외국 자산운용사 진출, 투신
구조조정등 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메가톤급 변수들이 많다.

기관 법인 개인들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채권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후 수익
금을 돌려주는 투자신탁시장은 현재 급격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확대일로에 있는 이 시장의 21세기 헤게모니를 놓고 기존 강자들과 신흥세력
들간에 불꽃튀는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례없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싸움이 어떤 국면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투신업계의 판도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간접투자시장의 출발은 "4파전"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 대한 국민 등 재경 3투신을 포함한 기존 투신과 지난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신설 투신운용사들이 여전히 양대 세력으로 대치한다.

여기에 뮤추얼펀드를 앞세운 자산운용사들과 선진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도전하는 형국이 전개된다.

지난해말 등장한 신종 투자상품인 뮤추얼펀드의 돌풍과 이에 따른 간접투자
상품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4강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증시활황세를 업고 신종 투자수단으로 등장한 뮤추얼펀드는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증시제도변경으로 주식투자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당시 "간접투자"가 화두에 오른 덕을 톡톡히 봤다.

"30% 수익률"등의 초기 광고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증시활황세가 주춤해지고 제도적인 미비점이 부각되면서 뮤추얼펀드
의 인기는 다소 시들해졌으나 금융산업 환경상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초기의 거품이 빠진 정도이며 본격적인 성장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뮤추얼펀드시장 규모는 7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 삼성투신 서울투신 동원투신
LG투신 교보투신 등이 뮤추얼펀드를 발매,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동양증권과 미국 자산운용사인 SEI가 합작해 설립한 SEI에셋코리아
자산운용이 5천억원 목표로 지난 22일부터 뮤추얼펀드 판매에 들어갔다.

현대증권 전직 임원 출신이 주축이 된 마이다스 자산운용도 조만간 출사표를
던진다.

이밖에 신한투신등 신설 투신운용사들이 뮤추얼펀드를 선보일 방침이고
자산운용사도 속속 설립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국내 뮤추얼펀드 시장이 2000년도초에는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뮤추얼펀드에 맞서는 기존투신과 일부 신설투신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뮤추얼펀드와 유사한 실명 주식형 수익증권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공개적인 수익률경쟁에 나섰다.

금년들어 한국 대한 국민등 3투신의 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

기존투신은 전체펀드에서 주식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연말까지 30%이상
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2000년초부터 일대 "상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던 외국의 유수한 자산운용회사들은 뮤추얼펀드
등장으로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되자 국내시장 본격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SEI가 5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SEI에셋코리아 자산
운용"은 사실상 외국 자산운용사 1호로 평가받고 있다.

템플턴 메릴린치 등도 전세계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해외뮤추얼펀드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또 시티코프 얼라이언스캐피털 슈로더 등 세계 10위권에 드는 자산운용사들
도 뮤추얼펀드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머큐리 베어링등도 조만간 한국시장에 상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구의 철저한 수익배분원칙이 2000년대에 뿌리를 완전하게
내리게 된다.

투자신탁이 더이상 "저축"이 아니라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투자"라는
인식이 일반고객들에게도 상식화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잘못 선택하면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펀드선정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2000년대의 투자신탁업계에서는 믿을 수 있고 높은 수익을 올려주는
곳에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기존 투신업계과 자산운용사들은 갈수록 까다로워질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펀드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하고 외국사와의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사들은 선진 금융기법과 40년 이상의 펀드운용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시장에 이어 한국시장의 석권을 노리고 있다.

재경3투신 신설투신 뮤추얼펀드 외국투신사 등 4인방이 끝없는 생존경쟁을
벌이는 것이 2000년대 투신업의 풍경이다.

< 송태형 기자 touhg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