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세계은행(IBRD) 한국금융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워크숍"
을 열었다.

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워크숍에는 시티코프, NM로스차일드, UBS,
리먼브러더스, JP모건, 도이치모건그렌펠, 바렌츠그룹, 팔미에리 등 이름
있는 투자금융기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에선 장철훈 조흥은행장 이관우 한일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주채권은행의 역할을 설명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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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금감위원장 (주제 : 금감위 역할) =

구조개혁은 정책대안중의 하나가 아니다.

한국경제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가능한한 빨리 추진해야 한다.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될수있다.

현 상태를 방치하면 상당수 대기업이 도산할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자체가 붕괴되고 심각한 상황을 맞을수 있다.

기업은 책임있는 경영진에 의해 투명하고 건실한 전문기업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투자자나 은행으로부터 외면당한다.

구조조정순서를 두고 논란이 있다.

이는 생산적이지 못하다.

기업구조개혁과 금융개혁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업구조개혁은 은행이 중심이 돼야한다.

은행이 구조개혁에 관한 경험과 기술이 없지만 별수 없다.

은행은 외부전문가를 영입, 기업을 확실하게 이끌어 갈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는 생존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을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정관리나 화의, 협조융자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 장철훈 조흥은행장 (주제 : 주채권은행의 역할) =

기업구조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추진
하겠다.

출자전환은 채무자들을 도덕적으로 해이(모멀해저드)하게 만들수 있으나
은행과 기업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이 될수 있다.

기업들이 추진하는 자구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간 M&A나 부동산 매출에
대한 정보교환및 중계 등을 도울 예정이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는 기업에는 대출을 늘리고 이자를 깎아주는
우대조차를 강구하겠다.

기업들이 은행대출보다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릴 것으로 보여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

이를위해 외국과 합작으로 계열증권사를 대형화하겠다.

<> 이관우 한일은행장 (주제 : 주채권은행의 역할) =

기업은 부채를 지나치게 늘렸고 금융기관은 감시자나 관리자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부채가 너무 많아 국내자본만으로 이를 줄일수는 없다.

이에따라 외자유치가 절실하다.

재무구조조정팀을 만들어 기업입장에서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

또 재무구조개선팀도 만들어 기업들의 외자유치나 M&A를 돕겠다.

작년 12월과 지난 2월 한화그룹에 자금을 지원, 구조개혁을 지원했다.

또 대상그룹이 사업성 좋은 라이신사업부문을 팔고, 한일그룹이
동서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한 것도 은행과 기업이 함께 기업구조개혁을 추진
하는 사례라고 할수 있다.

대출출자전환도 활용할 생각이다.

이는 전환된 주식을 외국에 팔아 외자를 유치하고 주주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감시기능을 강화할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들은 필요한 정보를 주채권은행에 충실하게 알려줘야 하고 은행은
이를 절대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

<> 김승유 하나은행장 (주제 : 주채권은행의 역할) =

주채권은행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생산과 관리서비스기관이 돼야 한다.

앞으로 거래기업이 신규투자 할때 사업성을 함께 검토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채 투자가 이뤄지면 기존여신을 회수할수 밖에 없다.

담보권을 행사하면 된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해선 재무개선을 권고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출을 회수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을 견제하겠다.

또 업체별 여신한도만이 아니라 업종별 여신한도도 만들어 관리할 생각이다.

은행은 많은 정보를 활용, 기업 M&A를 직접 지원할 생각이다.

이를위해 해외투자금융기관과 제휴할 생각이다.

또 은행에 벌처펀드(부실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기금)를 직접 만들어
기업부실채권을 매입을 유동화시킬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권에 대한 민법상 저당권과 소유권이 분리돼야 한다.

<> 윌버로스 로스차일드 투자은행 상무 (주제 : 한국기업의 구조조정) =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할때는 다음과 같은 4가지가 중요하다.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할수 있도록 신속하고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부도를 발생시킨 원인을 기업운영과 재무면에서 이해하는 것.

다시는 똑같은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가능한한 빨리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다.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면 신속하고 충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은 속도가 중요하다.

좋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지만 곤경을 겪고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문제가 많은 기업 도산은 채권자들에게 돌아오는 몫을
작게할 것이다.

또 불필요하게 많은 실업을 유발할 뿐이다.

<> 레이몬드 데이비스 리먼브러더스 부사장 (주제 : 멕시코사례) =

아시아국가들이 멕시코의 구조조정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몇가지
교훈이 있다.

제대로 신용평가를 하지 않고 가족소유의 대기업에 단지 사적인 관계를
이유로 대출해 주는 것은 반드시 실패에 이른다는 점이다.

또 당사자들이 잘만 협력한다면 복잡한 상황하에서도 법에 기대지 않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채권자들이 해외채권자에 대해 강력한 조직을갖고 일치된 행동을
보일 때에만 성공을 거뒀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82년에 그랬듯이 위기가 끝난후에도 환경이 채권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으면
외국기관들은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법률체계가 엉성했던 멕시코에서조차 주식투자자들은 감자나 소각 등을
통해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미국의 벌처펀드들은 멕시코 구조조정 과정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규모가 크든 적든 상당수 채권자들은 끝까지 남아 수많은(멕시코의 구조
조정) 사례를 미국법정으로까지 끌고갔다.

이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이 아시아시장에 초점을 옮기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나 멕시코에서 보듯 복잡한 기업구조 과정은 최종 해결때까지
길고도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