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그로브회장이 인텔을 만든 것은 지난 68년이다.

금년으로 창립 30년을 맞는 젊은 기업인 셈이나 그동안 아주 큰 위기상황을
두번 겪었다.

첫 위기는 1985년에 왔다.

이 해는 세계반도체시장에 변화가 큰 해다.

이전까지 시장을 미국이 주도해오다가 일본에 역전당했다.

메모리반도체분야에 세계최초 진입자인 인텔이 70년대말 등장한
일본기업들을 방심한 탓이다.

일본업체들은 1층에서는 16K(1K는 1천24비트)를, 2층에서는 64K를,
3층에서는 2백56K식으로 여러 세대의 메모리반도체를 동시 개발해
시장공략을 준비했고, 인텔이 이를 알았을때는 너무 늦었다.

고심끝에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메이커로 나선다.

우리가 쓰고있는 PC에 "인텔인사이드"라는 스티커가 대개 붙어있다.

반도체업체란 이미지를 벗으려고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은 매출 연30%의 고속성장을 통해 변신에 성공, 94년 1백억달러규모의
기업으로 올라선다.

그러나 이 해에 두번째 위기에 휩싸인다.

야심작인 펜티엄프로세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뜬다.

9억번만에 한번씩 나눗셈에서 오류를 일으킬수 있다는 내용이다.

소비자들의 칩교환요구등이 겹쳐 6주만에 4억7천5백만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그로브회장은 인텔의 성장비결을 소개한 책에서 두 큰 위기를
"전략적변곡점"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는 이 변곡점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사업은 최고 절정기에
다다른후 그대로 쇠퇴해버릴 뻔했다고 회고한다.

변곡점 통과는 마치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것같이 고통이 따랐다고
실토한다.

그는 사람이나 기업 모두에게 변곡점은 오게 마련이고 이를 미리
감지하려면 변화에 눈을 떼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Only The Paranoid Survive"를 좌우명으로 하고있다고 한다.

초긴장 상태로 항상 변화를 경계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의 책이 최근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밑에 있는 우리의 현 상황이 어찌보면 그로브가
지적하는 전략적변곡점이며 IMF탈출은 "고통의 계곡 건너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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