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랜 옛날부터 저절로 구르는 차량을 타고 고속으로 달리는 꿈을
꾸어왔다.

기원전 800년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묘사된 세바퀴 차량이나 중국
주나라때 있었다는 화차 기록에 나오는 인간의 꿈이 실현될 첫 조짐은
18세기 후반에야 나타났다.

1769년 프랑스의 퀴뇨형제가 최고시속 3.6km의 증기피스톤 추진 3륜차를
시작했던 것이다.

1844년에는 독일 카를스루에사의 카를-프리드리히 벤츠가 시속 13~16km인
최초의 가솔린 시험차 "모토바겐"을 만들어 자동차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것을 양산화시킨 것은 19세기말 미국의 두어리에이 형제였다.

그로부터 자동차제조업체들 사이에는 속도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경주되었다.

그 결과 평상적인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도로주행차로서 속도기록을 세운
것은 이탈리아 람보르기니사의 "디아블로"였다.

1990년 3월 시운전장에서 시속 3백25km를 달렸던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이제 지상에서도 하늘에서처럼 마음껏 달려보려는 데까지
이르렀다.

1979년12월17일 미국의 스탈 바렛이 캘리포니아의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로켓추진 엔진 3륜차인 "버드와이즈 로켓"으로 시속 1천1백90.377km를 달려
기록을 세웠다.

영국도 속도기록 경쟁에 뛰어들었다.

리처드 노블이 1980년9월25일 영국의 그린햄에서 롤스로이스의 제트엔진
추진 자동차인 "트러스트"로 시속 4백24.74km를 달린데 이어 83년
10월4일에는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사막에서 "트러스트2"로 시속
1천19.467km를 주행하여 미국기록 추격에 나섰다.

지난 13일에는 영국공군 조종사 출신인 앤디 그린이 "트러스트SCS"로
블랙록사막에서 시속 1천2백29.54km를 달려 지상에서의 최초 음속돌파
기록 (마하 1.007)을 세우는 한편 미국을 앞질렀다.

더욱이 미국공군의 찰스 칙 예거가 1947년 10월14일 X1로켓을 타고
공중에서 최초로 음속을 돌파한 50주년을 하루 앞둔 기록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일이 아닐수 없다.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 자못
흥미롭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