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미건조한 사람입니다"

장경천 교수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한다.

별다른 취미도 없고 크게 바라는 욕심도 없다.

다만 사람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흐름에 맞게 살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생각은 그가 강의하는 대학원 카오스 이론에도 적합하다고
얘기한다.

"카오스처럼 살고 싶지만 아무리 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질서속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를 만나던 날.

천둥 번개 비가 서울의 신호등 몇개를 날려버릴 정도로 날씨가 궂어서인지
학생수가 평소보다 적었다.

이에대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나같아도 당연히 다른 일을 찾아봤겠죠"라고 말한다.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그냥 취직하면 동기들보다 월급도 적고 직함도
낮은 것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던 장교수.

그러던 중 국비유학생시험을 보고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10년동안 중앙대에 머물고 있다.

지금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는 큰애 진로문제다.

굳이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우기는 중학교 2학년생.

그냥 그렇게 하게 놔두고 싶지만 선수로 대성할 확률이 너무 적어 고민하고
있다.

부인도 대학교수다.

집안에 교수가 둘이지만 애들 교육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은 약간은
아이러니하다.

증권투자는 전혀 안한다.

훈수와 실전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나 컨설턴트치고 주식투자해서 돈벌었다는 얘기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는게 그의 변이다.

평소에는 그저 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전공관련 책은 거의 들여다 보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은 생물학이나 물리학.

자신의 학문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많은 자양분을 제공한다.

그래서 재무관리 증권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을 것같은 카오스이론을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맡고 있는 직함중 하나는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한국 증권시장에 대해 장교수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정부의 정책도 일관성이 없고 작전세력도 여전히 그 위세가 만만치 않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증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증권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윤활유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자본주의의 낙후성을 반증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면서 무엇보다
사람들이 증권시장에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된다고
얘기한다.

또 연말까지는 주가가 더 빠질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장교수에게는 사조직이 하나 있다.

교수실에 함께 있었던 대학원생들과의 모임.

현재는 20여명가량 되는데 증권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루트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해 한해가 지날수록 멀어져가는 제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줄 수 있는 모임이어서 더욱 애정이 간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