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시모토정권은 현재 행정 금융 교육 등 사회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중이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는 최근 일본 국정개혁연구회인 평성유신회의 오마에
겐이치 회장을 만나 일본의 개혁과 향후 진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오마에 회장은 하시모토정권의 개혁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잘못된 점만을 뜯어고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은 개혁에 따른 고통을 이기고 재도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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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교수 =하시모토 내각이 들어선 이후 일본에서는 개혁이 아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개혁작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 오마에 회장 =현재 일본은 교육 금융 등 6개 부문에 대한 개혁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개혁은 기존 금융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빅뱅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일본인들은 해외 송금과 예탁, 계좌이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서 외국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무너지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주전파산과 같은 금융위기, 노무라 스캔들 등이 빅뱅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외환법과 무역거래통제법 때문에 6개월전부터
기업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 노 교수 =하지만 일본의 요즘 개혁은 21세기에 대한 비전을 설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현재의 문제점을 고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추진했던 페레스트로이카나 글라스노스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군요.

<> 오마에 회장 =일본기업들은 국내에 투자할 기회가 없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유입되는 돈의 40배에 이르는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은 멀티미디어 금융 의료 교육 상업분야 등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일본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관료와 정치인들
때문입니다.

<> 노 교수 =일본의 비전은 생활자 중심의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어떤 구상입니까.

<> 오마에 회장 =일본을 독립적인 도주로 개편하는 것입니다.

또 조세제도도 완전히 개편해 국세보다 지방세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법인세를 없애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만 걷는 것입니다.

도주공화국에 외교적 자율권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중앙집권화된 정부는 정보화사회에서는 골칫덩이입니다.

반드시 네트워크화되어야 하고 지방에 자율권을 주어야 합니다.

<> 노 교수 =벤처비즈니스는 한국에서 매우 관심있는 주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어떻습니까.


<> 오마에 회장 =일본에서도 벤처사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예컨대 등록만하면 인터넷 사업이나 증권중개업 투자회사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변화지요.

그렇지만 창업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 노 교수 =한국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창업을 용이하게 하는
규제완화나 재정지원 세금혜택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벤처육성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 오마에 회장 =정부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간섭없이 스스로 수익성있는 사업에 뛰어들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창업에 따른 자금부족문제도 자본시장만 제대로 개방하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인에게 투자기회를 개방하면 전세계에서 돈이 쏟아져 들어올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 노 교수 =자본자유화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외자가 유입되면 물가상승이나 통화정책 등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 오마에 회장 =한국의 물가가 높은 것은 자본비용이 너무 높아섭니다.

폐쇄된 시장이기 때문이죠.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품질좋고 싼 제품들이 넘쳐나 오히려 물가를 낮출
것입니다.

자본시장이 개방되면 우선 한국기업의 금융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입니다.

반면 많은 실업자들이 발생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 노 교수 =국가나 기업의 경쟁력은 경영능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과 미국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 오마에 회장 =미국은 제약 화학 우주항공 소프트웨어 정보통신 등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도 과거 20여년간 비교적 경영을 잘해왔다고 봅니다.

특히 도요타 혼다 소니 등은 세계최고수준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노동력의 13%만이 경쟁력있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
입니다.

지금 일본은 이들 13%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시장이 완전히 노출된다면 경쟁력없는 산업에서의 실업률이 뛰어
오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일본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 노 교수 =일본이 5백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장기간의
경기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 오마에 회장 =침체라고 볼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경제입니다.

매년 2~3%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3%수준이지만 여타 선진국에 비하면 높은게 아닙니다.

자동차 컴퓨터 등은 아직도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고 개인저축과 개인
소득도 양호한 상태입니다.

현재 부동산의 가격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일반 소비자들은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가 개방되면 실업률이 10%에는 이를 것이라는게 걱정입니다.

장기 비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입니다.

<> 노 교수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진한다면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 오마에 회장 =늦은 변화는 점진적인 죽음입니다.

변화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일본은 위기를 느낄때 그것을 잘 극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위기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일본은 대응을 더 잘 할
것입니다.

<> 노 교수 =최근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상당수가 실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본기업의 해외진출 경험으로부터 한국이 배울 점은 무엇입니까.

<> 오마에 회장 =일본기업도 해외진출 성공률이 미국에서는 10%, 유럽
에서는 20%, 아시아지역에서는 50%가량 됩니다.

한국기업도 미국에서의 실패를 예상해야 합니다.

미국시장은 경쟁이 아주 치열해 성공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일본기업들은 미국기업을 인수합병(M&A)해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M&A보다는 직접투자 행태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 노 교수 =일본에서는 노조의 활동이 상당히 건전한것 같은데.

<> 오마에 회장 =일본에서는 노조가 사라졌습니다.

높은 임금, 좋은 삶, 퇴직후 생활보장, 연금 등으로 노조가 원했던 것들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업들이 경영을 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 노 교수 =노조문제의 해법은 결국 경영에서 찾아야겠군요.


<> 오마에 회장 =그것이 한국기업에 대한 도전입니다.

좋은 경영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노조의 요구를 억압해 낮은 임금을 유지
하려는 것은 자기 기만행위입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노조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또 생산 마케팅 등 경영측면에서의 끊임없는 혁신이야말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요건입니다.

< 정리=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