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남편도 골프를 잘 치겠군요"

"잘 해요. 지코치처럼 힘은 안 좋지만 꽤 치는 편이지요"

지영웅은 괴로운 한숨을 쉬고나서 갑자기 긴장한다.

"그럼 우리는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그대는 지금도 유부녀이고 우리는
남편이 간통죄로 고발하면 영창에도 가겠네"

그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물잔을 높이 든다.

"누님, 이제부터 바짝 조심할게요. 우리 밤에는 절대로 같이 다니지
말고 처음처럼 해요. 서로 아직 들킨 것은 없으니까. 손도 안 잡을게요.
여행 한번 더럽게 됐다"

그는 아직 아줌마들과 해외여행을 한 일은 없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 월요 여사님과 수요 여사님 아니면 금요 여사님과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차질이 생기면 적금을 붓는데 지장이 생긴다.

비앰더블류의 비싼 보험과 유지비에 멍이 든다.

그는 결코 수입에 멍드는 일은 안 했다.

그가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는 권옥경밖에 없었다.

딴 여자들은 모두 희망을 걸 수 있는 여자들이 아니었다.

나이가 많거나 매력이 없거나 젊었으면 돈이 없거나 아무튼 그에게
안성맞춤인 여자는 없었다.

그는 얼른 국수 비슷한 음식을 먹고 나서 그녀에게 시내 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투어 가이드 민영대를 따라 다니는 것이 비용도 덜 들고 제대로
설명도 듣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다투어 그룹에 합류하자고, 적어도
오늘밤부터는 행동을 그룹에 맞추자고 제의한다.

물론 김영신은 오케이다.

서른살에 왔던 코파카바나 거리는 많이 달라져 있다.

포르투갈말을 못 하는 그녀는 자기가 투어 가이드를 하기가 힘들었고
지쳐 있었다.

너무 관광의 때가 묻어서 리우데자네이루는 더 이상 신선감이 있는
관광도시는 아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늙어버린 여인처럼 관광명소로서 갖출 수 있는
환락적이고 퇴폐적인 면만이 눈에 두드러져서 불쾌하기까지 한 광경이
눈에 띈다.

거리에서 배포하는 광고물은 거의 15세이하의 소녀들만으로 영업을
하는 술집 나이트클럽과 스탠드바, 또 스트립쇼를 몇시부터 한다는
내용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것을 돌리는 것도 모두 아름다운 소년 소녀들이었다.

정말 여자가 나이로만 계산되는 인스턴트식품같은 관광도시가 리우였다.

"여기는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1대7이라는, 여자에게는 아주 재미없는
나라예요. 내가 여기 왔던 10여년전에는 그랬어요"

"그거 아주 괜찮은 나라네.1 1년만 살다 가면 좋겠네. 남자들의
왕국아냐? 내가 선망하는 천국이 바로 여길세 그려. 아예 여기 눌러
앉을까?"

내가 선망하는 천국이 바로 여길세 그려. 아예 여기 눌러 앉을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