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빌딩 7층에 위치한 캐나다 로얄은행(RBC) 서울지점.

20평 남짓한 외환딜링룸에는 5명의 딜러들이 한손에 전화통을 붙든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0.1초의 승부"에 여념이 없다.

그들중 입사 2년밖에 안됐지만 탁월한 업무능력을 발휘, 회사내외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영민(29)대리.

그가 맡은 일은 코퍼레이트 딜러(Corporate Dealer).

외환거래를 주로 하는 트레이더(Trader)와는 달리 외환거래는 물론 외환
거래시 위험에 노출돼있는 업체들의 거래를 대행하는 마케팅업무를 주로
한다.

빼어난 외모와 화술,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편안한 느낌을 주는 유씨를
두고 주위에서는 이 일에 꼭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유씨가 말하는 딜러의 성공비결은 적극성 전문성, 그리고 순발력.

물론 영어와 외환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날카로운 판단력은 기본이다.

여기에 부단한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생존해 나가기 힘들다고 한다.

"적극적인 성격에 많이 배우고 싶다는 동기부여만 돼있다면 보람있는
직업이죠.

전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연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유씨가 처음부터 딜러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유씨가 처음 택한 직장은 한국종합금융.

전문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던 그가 맡은 일은 일반사무직.

그는 7개월만에 과감히 직장을 그만뒀다.

하지만 그때 잠시 몸담았던 경험이 그를 딜러의 길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8시30분쯤 출근하는 유씨는 밤사이 뉴욕외환시장 등지의 환율변동을
파악하고 주요 경제지표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원-달러 시장의 재료가 될만한 정보를 수집해 자기 판단아래 거래를
하기도 한다.

"로이터통신" "텔레레이트" 등을 통해 들어오는 금융정보를 수집 분석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도 그의 주요업무다.

유씨의 거래금액은 보통 2백만~5백만달러 정도.

고객업체를 대행해 5천만달러짜리 거래를 해본 것이 최대액수다.

"마케팅 업무만 하다보면 흐름이 많이 끊겨 시장의 움직임을 잘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기 포지션을 갖고 직접 거래를 해봐야 고객에게도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결혼생각 없어요. 아직은 일이 더 좋아요"

그는 바쁜시간을 쪼개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을 결성할 정도로 열성파다.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막상 일해보니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유씨는 앞으로 파생금융상품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싱가포르나 홍콩에는 여성딜러가 훨씬 인정받고
있어요. 특히 마케팅쪽은 더욱 그렇죠"

유씨는 "시장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여성에게 주어지는 기회도 많아질 것"
이라며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여성이라면 과감히 도전해볼만한 직업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연봉요? 생각만큼 많이 받지는 못해요.

돈이란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 아닌가요.

고액연봉 받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활짝 웃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