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영 < 한은 금융경제연구소장 >

금융자유화및 개방화의 진전으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격화되고 고수익
고위험 경영전략의 추구가 보편화 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화 내지
도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처하여 각국의 금융당국은 조기시정조치으 도입등 건전성제고를
위한 감독을 더욱 항화함과 병행하여 예금자,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련자의
경영 감시기능을 통하여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부담을 견제하고 건전경영을
도모하는 시장규율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금자 및 주주 등의 감시기능을 통하여 은행의 위험부담 행위를 억제하기
위하여는 그들의 은행경영에 대한 판별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판별의
기초가 되는 정보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공시제도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때 공시되는 정보의 범위는 은행경영상태 파악에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를 포함함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은행경영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시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부실화된 개별
은행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시되는 자산과 부채의 적절한 평가를 위하여는 시가회계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제도의 전면 도입은 대출 지급보증 등 시장성 없는 자산의
정확한 가치측정이 어려운 문제가 따르므로 현실적으로는 부분적인
시가회계제도를 도입함이 대안이 될 것이다.

최근 시장규율방식을 채택한 대표적인 나라는 뉴질랜드로 금년 1월
은행감독제도 개편때 <>은행예금에 대한 예금자의 자기책임원칙 확립
(예금보험제도는 도입하지 않음) <>은행의 보고서 제출및 점두게시 의무화
등 공시의무 강화 <>은행도산시 경영진의 피소 조항 마련 <>중앙은행의
개별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금지(그러나 전체 시스템 위기시 최종대부자
기능은 유지) 등 시장 규율방식을 전면 채택했다.

미국에서도 주주를 통한 시장규율은 비교적 잘되어 있으나, 70년대 이후
저축대부조합의 도산 등을 겪으면서 예금보험제도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예금보험제도하에서는 금융기관이 고위험 고수익 자금운용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 수익이 경영자에게 귀속되지만 반대로 큰 손해를 볼 경우
예금보험기구가 보상해 주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위험부담 행위가 촉진될
뿐더러 예금자의 감시기능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당국이 문제은행 발견후 처리과정에서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을
관용적으로 유예하거나 극단적인 기사회생전략을 방치함으로써 도산손실이
머지는 경우도 많았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미국의 금융당국은 은행을 자본 충실도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상응하는 규제가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조기시정
조치를 도입했다.

또 도덕적 해이의 제거를 통한 예금자의 감시기능 강화를 위하여는 금융
기관의 위험도에 따라 예금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위험연동보험료제도를
도입했고 파산은행 정리방법 선택시에도 예금자보호에 주안점을 두는
방식보다 예금보험기구 손실을 극소화 하는 방식을 채택토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의 자유화.개방화 진전 과정에서 경쟁촉진과 경영
자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경쟁격화에 따른
부실화및 도산가능성에 대처하여 부실여신의 정리및 신규발생 억제조치,
은행의 리스크 관리기능 제고 지도, 경영지도비율 설정운용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시장규율 향상 측면에서 은행공시 요구제도의 시행등 공시제도의
내실화및 그 활용도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각 은행의 경영관련 지표를 소상히 공표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검사결과까지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규율은 국민의 인식부족과 판별능력 미흡 등으로
아직 매우 취약한 편이다.

먼저 예금자의 시장감시와 관련,오랜동안의 규제와 보호속에서 형성된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예금할때 도산위험성
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이며 예금금리면에서의 행별리스크 프레미엄
같은 것도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예금자를 통한 시장규율의 활성화를 위하여는 은행도산을 허용하는
분위기의 조성과 일반국민의 그에 대한 인식의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부실은행의 합병 또는 퇴출의 원활화를 위한 제도정비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금년에 도입된 예금보험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옴으로써
예금자를 통한 시장규율기능을 높이는데 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차등보험료, 적정부도한도, 공동보험 등)도 필요할 것이다.

한편 주식시장을 통한 시장규율면에서는 최근에 금융기관의 경영성과가
주가에 상당히 반영되고는 있지만 은행소유구조상의 제약으로 주주의 주선에
의한 합병이라든지 경영진 교체 혹은 적대적 매수 같은 시장규율이 작동
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주주및 주식시장의 시장규율이 활성화되기 위하여는 소유및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