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희봉은 쑥스럽기 그지없어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가련은 방사를 할때 몇가지 체위를 번갈아가며 구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고 희봉도 그것을 즐기는 편이었지만,어젯밤 가련이 요구한
체위는 희봉이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가련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그 체위를 희봉에게 요구하였던
것이었다.

"이건 추구라고 하는 건데 말이야, 개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흘레를
하는거 봤지? 그걸 흉내낸 거야. 자, 이렇게 돌아서 엎드려봐"

가련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먼저 자세를 취했지만 희봉이 보기에
그런 체위로는 교접이 가능할것 같지도 않았고 또 기분이 내키지도 않아
몸을 웅크리며 거부하였다.

가련이 몇번 희봉의 몸을 젖히려고 애를 쓰다가 포기를 하고는 정상
체위에 가까운 연동심 체위로 방사를 치루었다.

연동심은 제비 한상이 붙어있는 형용으로, 남자는 여자위에 엎드려
여자의 목을 껴안고 여자는 두다리를 편채 똑바로 누워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는 교접으로 들어가는 체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방금 가련이 자기가 운이의 일자리보다 희봉이 추천하는 가근의
일자리를 먼저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어젯밤 일을 넌지시 꺼낸 것은,
자기가 가근의 일자리를 구해주는 대신 어젯밤에 시도한 그 체위로
오늘 한번 교접을 해보자는 뜻을 내비친 셈이었다.

희봉은 가근의 일자리가 급선무였으므로 그냥 얼굴을 조금 붉힌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한편 후비 원춘은 탐춘이 정서해서 올린 글들을 읽은 연후에 더욱
대관원의 경치가 눈앞에 어른거려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문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대관원을 다녀간후 아버지는 다음에 내가 다시 대관원으로
올때까지 아무도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것이 늘림없어.

대관원 보수공사같은 것은 수시로 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수시로
가꾸고 돌본다고 하여도 사람이 들어가 살지않으면 그 아름다운 경치들도
곧 시들고 말테지.

그러니까 시문에 능한 우리집안 자매들을 대관원에 들어가 살게 하는
거야.

그리고 보옥이도 자매들과 떨어져 살수 없으니까 같이 들어가도록
하는거야.

그러면 아름다운 경치속에서 자연히 공부도 하고 시도 짓고 하면서
성품이 고와지겠지.

무엇보다 대관원 전체가 생기를 띠게 될것이 아닌가.

왜 이런 생각을 진작 하지 못했을까"

원춘은 다음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태감 하충을 불러 영국부로
보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