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에 의대생 집단유급 위기…내년 의사공급 급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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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의사·전문의 배출 없으면 '군의관·공보의' 수급마저 차질
의대생들 동맹휴학에 '집단유급' 우려…"8월까지 복귀 안 하면 대책 없어"
"앞으로 최소 4∼5년 '의사 공백' 벌어질 것" 우려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3개월이 다 돼가는 가운데 의대생의 집단유급 위기마저 고조되면서 내년도 의사 인력 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 유급으로 매년 약 3천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급감하고, 전공의들의 이탈로 전문의 역시 배출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위) 수급마저 어려움을 겪는 등 연쇄 공백이 불가피하며, 앞으로 4∼5년 동안 '의사 공백'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전공의 이탈 '3개월' 넘으면 전문의 취득 1년 지연
8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건 지난 2월 20일로, 조만간 3개월째로 접어든다.
당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대란도 문제지만, 전공의들의 '수련'이 전면 마비되면서 내년도 신규 전문의 배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기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다음해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 시험은 의사 면허를 갖고 수련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 과정을 마쳐야만 치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에서는 이달 20일 전후가 전공의 복귀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마다 실제 이탈 시기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마지노선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기면 안 되는 건 맞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이탈이 시작되고 꼬박 3개월이 되는 이달 20일이 향후 수년간 '의료공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안에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 3·4년 차는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특정 과목을 수련한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천910명이다.
보통 레지던트 과정은 4년이지만,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결핵과, 가정의학과는 3년 수련한다.
이들이 수련기간 부족으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사라지면 내년에 배출돼야 할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 등이 사라지는 셈이다.
연 단위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상 한번 생긴 공백은 쉽사리 메우기도 어렵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기 시작하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또한,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 수도 줄어든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 과정은 연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최소 4∼5년은 우리 사회에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공백'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예비 전공의' 본과 4학년 수업 거부…'집단유급' 위기 고조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의대생들의 유급도 가시화하면서 전문의는 물론, 신규 의사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의대들이 수업일수를 확보하기 위해 속속 개강하고 있으나, 본과 4학년 수업은 정상화가 어려워 내년 전공의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자로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40개 의대 중 34개교에 달한다.
이달 초 개강한 대학도 있어 개강 대학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집계는 예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기준으로 1개 학년이라도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수업을 하는 의대는 대부분 비대면·이론 과목 위주인 예과 2학년∼본과 2학년 위주로 온라인 강의를 편성해 시행 중이다.
교수가 수업 내용을 온라인 강의실에 게시하면 의대생들이 개별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강의 자료를 다운로드받기만 해도 출석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상 실습수업을 해야 하는 본과 3·4학년의 대면 실습수업은 여전히 파행을 빚는 의대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달리, 대면 실습수업은 실습에 실제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출석으로 인정해주기 어려운 탓이다.
자칫 실습수업을 재개했다가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한다.
특히 본과 4학년이 대량으로 유급하면 내년 전공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습수업을 시작한 대학에서도 참여도는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본과 3·4학년 212명 중 실습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6명(2.8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습수업을 계속해서 미룰 순 없는 상황이어서 의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이 매 학년도 '2학기 이상' 학기를 운영하고,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름·겨울 방학을 모두 없애 수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8월부터는 수업해야 내년 2월 말까지 30주를 연속으로 수업할 수 있다.
의대 졸업생들이 국가고시를 치르기 위해 각 의대가 받아야 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 인증' 역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인증을 받으려면 각 의대의 임상실습 기간은 2년간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각 의대의 수업 재개를 독려하는 한편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주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인 부분에서 (집단 유급 방지를 위해) 최대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름까지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의대생들 동맹휴학에 '집단유급' 우려…"8월까지 복귀 안 하면 대책 없어"
"앞으로 최소 4∼5년 '의사 공백' 벌어질 것" 우려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3개월이 다 돼가는 가운데 의대생의 집단유급 위기마저 고조되면서 내년도 의사 인력 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 유급으로 매년 약 3천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가 급감하고, 전공의들의 이탈로 전문의 역시 배출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위) 수급마저 어려움을 겪는 등 연쇄 공백이 불가피하며, 앞으로 4∼5년 동안 '의사 공백'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 전공의 이탈 '3개월' 넘으면 전문의 취득 1년 지연
8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건 지난 2월 20일로, 조만간 3개월째로 접어든다.
당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료대란도 문제지만, 전공의들의 '수련'이 전면 마비되면서 내년도 신규 전문의 배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기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다음해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의 시험은 의사 면허를 갖고 수련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 과정을 마쳐야만 치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에서는 이달 20일 전후가 전공의 복귀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마다 실제 이탈 시기 등이 달라 일률적으로 마지노선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년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기면 안 되는 건 맞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이탈이 시작되고 꼬박 3개월이 되는 이달 20일이 향후 수년간 '의료공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안에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 3·4년 차는 2026년 2월이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특정 과목을 수련한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천910명이다.
보통 레지던트 과정은 4년이지만,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결핵과, 가정의학과는 3년 수련한다.
이들이 수련기간 부족으로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사라지면 내년에 배출돼야 할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전문의 등이 사라지는 셈이다.
연 단위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상 한번 생긴 공백은 쉽사리 메우기도 어렵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기 시작하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또한,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 수도 줄어든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전공의 과정은 연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연쇄적인 파급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최소 4∼5년은 우리 사회에 전문의를 포함한 '의사 공백'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예비 전공의' 본과 4학년 수업 거부…'집단유급' 위기 고조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의대생들의 유급도 가시화하면서 전문의는 물론, 신규 의사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의대들이 수업일수를 확보하기 위해 속속 개강하고 있으나, 본과 4학년 수업은 정상화가 어려워 내년 전공의 공급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자로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40개 의대 중 34개교에 달한다.
이달 초 개강한 대학도 있어 개강 대학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집계는 예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기준으로 1개 학년이라도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수업을 하는 의대는 대부분 비대면·이론 과목 위주인 예과 2학년∼본과 2학년 위주로 온라인 강의를 편성해 시행 중이다.
교수가 수업 내용을 온라인 강의실에 게시하면 의대생들이 개별적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거나 강의 자료를 다운로드받기만 해도 출석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상 실습수업을 해야 하는 본과 3·4학년의 대면 실습수업은 여전히 파행을 빚는 의대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과 달리, 대면 실습수업은 실습에 실제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출석으로 인정해주기 어려운 탓이다.
자칫 실습수업을 재개했다가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한다.
특히 본과 4학년이 대량으로 유급하면 내년 전공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습수업을 시작한 대학에서도 참여도는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대의 경우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본과 3·4학년 212명 중 실습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6명(2.8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습수업을 계속해서 미룰 순 없는 상황이어서 의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우선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이 매 학년도 '2학기 이상' 학기를 운영하고, 수업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 확보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름·겨울 방학을 모두 없애 수업한다고 가정하더라도 8월부터는 수업해야 내년 2월 말까지 30주를 연속으로 수업할 수 있다.
의대 졸업생들이 국가고시를 치르기 위해 각 의대가 받아야 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학교육 평가 인증' 역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인증을 받으려면 각 의대의 임상실습 기간은 2년간 총 52주, 주당 36시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각 의대의 수업 재개를 독려하는 한편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주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적인 부분에서 (집단 유급 방지를 위해) 최대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름까지도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