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헌 < 한국조세연 연구위원 >

[[[ 세제와 세정 ]]]

조세제도는 조세행정과 함께 한나라의 역사적 산물로 정부의 재정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우리나라의 조세제도 역시 비록 정치적 논리에 의해 다소 왜곡된 경우가
있었던것은 사실이나 경제 사회적 여건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해 구조조정을
이루어 왔다.

반면 이를 집행하는 세정의 경우 기술발전에 따른 과학화 정보화시대의
도래라는 여건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나라의 조세정책에서 세제를 하드웨어라 하면 세정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활용할수 있는 기술자가 없으면
이 기계는 무용지물이 되듯이 아무리 훌륭한 세제라도 행정이 뒷받침할 수
없는 것이라면 훌륭한 것이라 할수 없다.

따라서 세제와 세정의 조화없이는 조세정책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조세정책에 있어서 세제와 세정의 역할을 고기잡이에 비유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제를 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이라 하면 세정은 어부가 그 그물을 사용하여
고기를 잡는 일체의 행위라 할수 있으며 잡은 고기를 세수라 할 수 있다.

그물을 만들때에는 물속에 사는 고기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그물의 크기
강도및 밀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 어부는 그 그물을 가지고 한 장소에서만 고기를 잡을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적절히 옮겨 다니며 적당한 양의 고기를 잡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조세정책은 형평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제도의 집행가능성 그리고 제도의 목적달성가능성등에 대한 행정적
측면은 다소 도외시한 것도 사실이다.

토초세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바로 집행측면을 외면한 제도중심적 정책의
실례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부가가치세제에 있어서 과세특례제도 역시 영세사업자의 세부담
경감및 납세편의 도모라는 제도의 근본 취지와는 달리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위장과세특례자를 양산하여 사업소득간 그리고 사업소득과 근로소득간의
세부담 불공평을 초래하였다.

세제와 세정의 조화를 통해 균형발전을 이룰때 비로소 공평하고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수립할수 있을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세제를 간단 명료화함으로써 집행을 용이하게
해야 할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현행 세제중에서 세정으로 집행하는데 불합리한 세제를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