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원 <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


정부는 당초 93년까지 단행하려던 철도청공사화 일정을 96년까지로 1차
연기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또다시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신중하게 결정되고 추진되어야 할 중요정책사안이 이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고 의식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철도관련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을 것이다.

철도청의 공사화가 한국철도의 육성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추진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87년 대선과정에서 대형국책사업을 남발하여 당선된
노태우 후보의 선거공약을 철도청 공사화의 경우에도 이행하려는 것 때문
이었는지 말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거나 철도개발계획을 보건대 국가간선교통으로서 한국
철도의 육성을 걱정하는 정책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기관인 철도청보다 공사체제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상식론에 근거한
공사화가 국가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국민의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기대할 가치가 없었던 공사화를 목전에 이르러서야 백지화하게 된것을
그나마도 다행스럽게 여기지만 애초부터 발상이 잘못된 정책을 끝까지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낭비된 손실이 크게 아쉬울 뿐이다.

정부는 공사화를 철회하는 대신 철도경영개선 지원대책안을 마련해 99년
까지 철도건설과 시설현대화 등을 위해 5조여원을 지원해 철도청의 자립기반
을 구축하는 한편 철도청의 자율권을 대폭 허용, 준공사체제로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철도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인식변화는 그동안의 태도로부터 큰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도 철도문제를 국가교통계획의 주요정책과제로 접근하지 않고
단편적인 대증요법으로 다루는 교통정책의 낙후성을 노정하고 있다.

오늘날의 선진각국은 우리보다 수세기전부터 철도를 중점적으로 육성해 온
나라들이다.

그들은 현재도 철도를 국가간선으로 지탱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한편 효율적인 운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철도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도 사회적으로 육성하지
않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라는데 있다.

철도가 타교통수단에 비해 경쟁력과 수익성을 가졌다면 국가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공사나 개인기업이 잘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근심이 없다.

반대로 경쟁력이 없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불이익이 없다면 버리면 그만
이기 때문에 오히려 해법은 간단하다.

수익성은 없지만 고도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철도를 국가가 책임
지기 싫어 공사 또는 민영화로 떠넘긴다는 것은 합리적인 정책의 발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철도는 개발의 역사가 일천한 만큼 경쟁력이 최하위
수준이다.

철도는 다른 어떤 교통수단 보다도 이용승객밀도의 크기가 경제성을 좌우
하는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인구산업밀도가 높아 선진국에 비하여 철도의 경쟁력이 가장
유리한 여건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선진국보다 1.5~4배로 높은데 비해 인구
100만명당 철도보유연장은 오히려 3분의 1내지 8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
로 낙후된 실정이다.

한국철도의 개발방향은 국가기간교통계획의 차원에서 정립돼야 하고 철도청
의 공사화나 경영개선 문제 등도 그러한 맥락에서 전문가 집단에 의해 강구
돼야 한다.

그동안 선진각국이 추진해온 철도정책의 근간을 살피면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다.

철도수단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를 상정하고 그래도 철도공급
비용에 못미치는 결손분은 정부가 책임을 맡는 것이다.

그리고 철도가 책임질수 있는 부문에 대해서 최대의 경영효율을 올릴 수
있는 운영/관리체제의 도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철도산업의 합리화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총비용중에서 사전적으로 용인할
결손수준 또는 정부지원몫의 결정은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철도교통에 있어서 가장 앞선 일본의 경우는 네트워크 시설공급과 개발의
책임은 주로 정부가 지고 운수사업은 민영화시켜 경영혁신과 서비스의 향상
을 달성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서구 여러 국가들도 네트워크와 영업을 분리하는 추세에
있으나 영업의 주체가 아직은 공사 또는 민영화 과정의 단계에 있다.

일본체제의 특징은 운수사업을 총 7개로 나누어 복수의 회사로 민영화
시킴으로써 독과점체제의 비능률을 방지하고 경영혁신과 서비스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다.

한국철도의 육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면 첫째 정부가 시설투자의 책임을
지고 네트워크의 대폭 확충과 고속화 전철화 복선화 등 낙후된 철도의
현대화를 달성하여 1차적으로 타수단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철도개발계획은 중앙정부기능으로 격상시켜 국토개발계획과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운수사업은 철도청에서 완전히 분리하여 민영화시키되 독점이 아닌
복수의 민영회사에 의해 경영혁신과 서비스경쟁이 촉발되도록 하여야 한다.

철도산업에 있어서 네트워크시설과 영업부문을 서로 분리하여 관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끝으로 현행 철도청기능중 나머지 부분은 시설유지보수와 통신 등의 업무
인데 이들 업무는 별도로 공사화 내지 민영화해 전문화시키는 것이 기술
개발과 경영효율을 보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철도청체제를 단계적으로 발전적 해체하는 기본계획을 주장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