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에 많은 시민들은 아연실색속에 새주 첫 아침을 맞아야
했다.

미궁으로 빠져들던 학원 이사장 피살사건의 범인이 피해자의 맏
아들이었다는 뉴스속보가 던진 충격이었다.

더구나 그 범인의 신분이 현직 대학교수라는 사실에 이르러서는
형언키 어려운 실망과 허탈을 안겼다.

재산상속을 노린 동기,치밀한 사전계획,집요한 혐의회피 시도등
어느 한 대목에도 동정의 여지라곤 없는 패륜의 극치라 아니할수
없다.

"돈을 노린 교수의 부친 모살"이라는 압축에서 지난해 박한상의
부모살해사건 보다도 충격이 훨씬 더 크다.

한 마디로 물질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위에 놓는 황금만능적 배금사조가
얼마만큼 이 사회에 깊고 넓게 만연되어 있는가.

위기감에 전율케 만든다.

우리는 이번에도 또 한차례 경악과 탄식으로 흥분을 삭이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등 다각적 측면에서 이 사건이 던진
경각적 의미를 아픈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 모든 조건에서 합리적 사리판단에 아무 저해요인도 갖지 않은
최고의 지성인인 김성복의 범행동기가 사업자금조달,바로 돈이었다는
점이다.

그에게 금전은 부자혈연등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최고의 가치였다.

이는 배금기풍이 박한상이나 김성복에 국한되지 않는,이 사회 가치도착의
넓은 개연성을 말해 준다.

돌연변이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제2,제3의 재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둘째 피의자가 속하는 계층의 사회적 위상이다.

부친의 재산과 학원이사장이란 지위,해외유학 석.박사라는 피의자의
지식 교양 수준및 교수직분 등을 종합할때 이 사건은 상류.지도
계층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를 표출했다.

이는 병든 사회의 표상이다.

셋째 이 범행은 박한상처럼 진학 실패나 사춘기등 정신의학적 문제없이
치밀한 사전계획,알리바이 조작,추리소설 탐독등 지능적 수법을
모두 동원했다.

경쟁력만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교육과 윤리가 범죄에 일반 예방효과보다는
기능주의의 위험성을 높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우리는 갈수록 생계 아닌 재산관련 범죄,존.비속간 유혈,상류층의
반도덕적 범죄,외국적 배경및 연관 범죄의 증가,범행수단의 흉포화및
치밀화등 일련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법 치안은 물론 정치 교육 문화 언론등 각계가 연계,정신.제도
면에서 일대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한 사회 뿌리를 흔들 범죄가
끝이 없으리라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