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세계화"라고 생각된다.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세계화는 아니지만 변화하는 모든것이 그렇게
느껴지듯이 적응하기에 넉넉한 여우도 주지 않은채 우리팔을 잡아끌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모임 "DAISY" (데이지)는 우리에게 다소의 여유를
주고있다.

세계화의 첫번째 장벽인 외국어문제를 국복하게 해준 모임이기 때문이다.

1972년 대학교 2학년이 되던해 서울에 있는 각 대학에 흩어져 있던 친구
몇명이 모여 영어회화서클"DAISY"를 조직했다.

대학생활을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졸업후 우리에게 영어
회화가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일주일에 2번씩 가진 모임은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영어로 토론하는 형식
으로 진행됐다.

처음 시작할때는 물론 의욕에 비해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어색하는 힘든
모임이었지만 회원들 모두가 열성적으로 노력한 덕분으로 점점 나아지게
되었다.

외국인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배워야 제대로 배울수 있다고 판단한 우리
들은 무작정 미군부대 정문앞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떨리기도 했지만 몇마디 대화를 성공적으로 해냈을때의 기쁨은 자동차를
처음으로 운전할 때 처럼 신기한 것이었다.

배우겠다는 열성에 감복한 몇몇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료로 외국인강사와
함께 우리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고 미약하나마 졸업할 무렵에는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졸업후에도 우리 모임은 계속이어져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회원도 변함없고 분위기도 변함이 없지만 어느덧 회화를 공부하던 모임이
인생이야기를 주고 받는 모임으로 바뀌어 있다.

대학시절 내낸 가장 가까이에서 생활했던 동료들로부터 듣는 조언들은
순수하고 정확 할때가 대부분이다.

어느새 우리는 성격이나 주변환경은 물론 어려운 일이나 기분좋은 일에
대응하는 행도양식까지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진정한 친구들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초대 회장직을 맡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종헌(대선ENG 대표이사)
부끄러움없이 가장 적극적이었던 김영철(대우자동차 생산관리부장) 발음이
좋아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최송현(한국생산성본부 상무이사) 그리고 지금
은 행복한 가정의 주부가 되어있는 박혜연, 강영주, 이기봉 등이 우리
"DAISY 72" 회원들이다.

다른 어떤 자산보다도 "DAISY 72" 회원들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좋은
친구들과의 우정이 계속될 것을 믿으며, 94년도 회원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를 다듬어 "세계화"의 선두에서 일하는 모든 "DAISY"회원들이 되기를 기원
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