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옛날부터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경우 가계의 대가 끊겨
선조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딸들을 줄줄이 낳은뒤 뒤늦게 아들을 얻거나 처첩들을 들여
아들을 보는가하면 아들을 낳을 씨받이여자를 집안에 들여놓기도
했었다.

그도 저도 안될 때에는 근친의 가계에서 양자를 맞아 들였다.

특히 조선조시대에는 여자가 아들을 못낳는 것이 칠거지악이 되어
집안에서 쫓겨나 이혼을 당하는 명분이 되었고 또 아들을 못낳는
여자가 옷차림에서 차별을 받는 관습적 규제까지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가계의 대를 이은 아들이 선조들의 제사를 받들어
모시고 부모의 노후를 봉양해 준다는 전통적 관습을 골격으로한
남아선호사상을 뿌리내리게 했다.

지난6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의 급진전과 가족계획의
적극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식에는 변함이 없었던것 같다.

몇년전 박완서원작의 베스트셀러 소설 "그대는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극화한 TV 미니시리즈가 화제속에 방영된 것도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남아선호사상을 표출시켜준 단면이었다고 하겠다.

인텔리 이혼녀인 여주인공이 부인과 사별한 대학동창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아들까지 낳았으나 남자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한다.

이미 2명의 손녀를 둔 남자 어머니는 종가의 대를 이어가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이 며느리로 맞아들이기를 거부한 여자가 낳은 손자를
빼앗아 보려고 발버둥을 친다.

한국인들의 뿌리깊은 대잇기 관습은 지난 80년대들어 한국에 도입된
태아의 성감별 의술의 불법원용으로 사회적 파행현상을 가져왔다.

옛날처럼 딸들만을 줄곧 낳다가 아들을 얻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딸일 때에는 중절시키고 아들일 경우에만 분만함으로써 남녀숫자에
불균형현상을 심화시켰다.

결혼적령기의 남자가 여자보다 적던 것이 95년을 분수령으로 역전되어
99년에는 여자부족현상이 절정을 이룬 나머지 남자 6명중 1명이
짝짓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공적인 성선별분만은 분명히 신의 섭리,우주 자연질서에 대한
반역이 아닐수 없다.

역사적으로 남녀성비의 간격이 벌어지면 재난이 닥쳐온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1,2차대전 직전의 남성숫자가 여성보다
많았던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정책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될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