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어떻게 되세요?” “너 T야?” “전 J라서 뭐든 척척 잘합니다.”요즘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대화다. 몇 년 전부터 MBTI 열풍이 불었다.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성향을 아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더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이제 학교 자기소개에도, 이력서에도, 자소서에도 MBTI 결과값을 쓰는 게 당연해졌다.한때 내 성격을 정말 대변해 주는 것 같던 MBTI 유형 테스트도 이제 많은 피로와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 같다. 작업 일정표를 짜야 하는데 본인이 P라서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업무 회의를 해야 하는데 I 성향이라서 말하는 게 힘들다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 본인은 T 성향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팀장 등등…. 어쩌면 MBTI 결과값을 방패 삼아 어떤 노력도 안 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이제 “저는 P라서 계획을 잘 못 세워요”라거나 “저는 I 성향이라서 회식하는 게 힘들어요” 같은 말을 들으면 장기하의 노래처럼 ‘그건 네 생각이고’를 외치고 싶다. MBTI는 지금 나의 현재 성격과 성향을 드러내는 간략한 지표일 뿐 그 결과대로 살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본인이 그런 성향이라는 것을 파악했다면 다른 성향을 발달시키도록 노력해 보고,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봐야 한다.요즘엔 누군가를 만날 때 MBTI를 더 이상 물어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 하나의 지표로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나조차도 그것을 핑계 삼아 내가 못 하는 일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리더십을 주제로 한 서은아 메타 상무의 영상에서 그
2022년 말 챗GPT로 시작된 대규모언어모델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어느덧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열기가 잠시 사그라지는 듯하다가 또다시 다양한 형태의 새 프로그램이 출시되면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 영향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AI 프로그램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인 ‘환각 현상(hallucination)’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환각 현상이란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로, 거짓 정보를 묶거나 사실인 정보를 잘못 묶어서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때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마치 존재했던 일인 것처럼 알려주기도 하고, 상세하게 디테일까지 설명하기도 한다. 대규모언어모델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틀린 내용’을 토대로 나름의 체계적 답변을 구성하면 얼핏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얼토당토않은 내용이 답변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비록 AI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어도 데이터가 어느 순간 업데이트되지 않았기에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환각 현상은 AI 챗봇에서만 나타나는 오류일까? 그럴 리 없다. 굉장히 비슷한 일이 기업을 비롯한 조직의 리더에게 나타난다. 어차피 모든 AI는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었지 않은가.인간의 뇌는 어떤 기억이든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왜곡한다. 틀린 정보를 받아들인 뒤에도 여러 심리적 기제로 인해 이를 쉽게 수정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여기에 ‘리더 자리에 올랐다’는 자만심과 자기만의 성공 공식까지 더해지면 리더가 각종 경영 문제에서 자기 확신에 찬 오답을 내놓으며 조직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lsqu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지난해 31조1000억원에서 올해 25조9000억원으로 삭감하면서 적지 않은 연구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자성반데르발스 연구를 개척하는 필자의 연구비도 아예 0원이 됐다.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해 낸 세계적인 선도 연구 그룹이었고, ‘네이처’를 비롯해 유수의 학회지에 우수한 논문을 쓰고 있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연구비 전액 삭감의 이유를 들을 수 없었던 게 가장 답답하다.연구비 삭감을 논의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내 연구개발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연구비 삭감으로 작은 연구비로 연구를 이어가던 많은 소규모 연구실, 특히 지방에 있는 연구자의 연구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데 있다.흔히 한국 과학계 연구비의 문제점으로 고비용·저효율이 꼽힌다. ‘네이처’가 2020년 분석한 자료만 봐도 한국 연구개발의 효용성은 과학 선진국 대비 4분의 1에 불과하다.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렇게 낮은 연구 효용성의 대부분은 1억원 미만의 작은 연구비를 사용하는 연구자에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한국 연구진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3대 연구지에 발표한 논문 총수는 122편이다. 이 중 서울대가 36편, KAIST가 26편을 차지한다. 나머지 대학이 60편을 발표했다. 참고로 같은 시기에 일본 도쿄대는 297편, 중국 베이징대는 227편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 2023년간 전국에 있는 물리학과에서 나온 총 4037편의 논문 중 상위 두 대학에서 나온 논문은 고작 14%(593편)에 불과하다. 한국 과학의 진정한 영웅은 열악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