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으로 판명난 라파엘로의 '데 브레시 톤도'(성모자) 그림. /출처=브래드퍼드 박물관 트위터 캡처
진품으로 판명난 라파엘로의 '데 브레시 톤도'(성모자) 그림. /출처=브래드퍼드 박물관 트위터 캡처
그동안 위작으로 여겨지던 라파엘로의 '성(聖)모자' 그림 '드 브레스 톤도'(de Brécy Tondo)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진품으로 판명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카트라이트 홀 아트 갤러리가 최근 이 그름을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전시할 예정이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장면이 묘사된 이 그림은 체셔 지역에 거주하는 사업가 조지 레스터 윈워드의 소장품 중 하나다. 미술계에서는 라파엘로가 1512년 완성한 걸작 '시스티나의 마돈나'와 화풍이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와 함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때 원작을 모방한 그림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돼왔다.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 /출처=위키피디아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 /출처=위키피디아
'시스티나의 마돈나'는 당시 교황이었던 율리오 2세가 자신의 삼촌이자 4대 앞서 교황을 지낸 식스토 4세를 축복하려고 라파엘로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성모자 옆에 식스토 4세와 바바라 성인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으며, 현재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드 브레시 톤도' 역시 라파엘로가 직접 그렸을 수 있다는 견해도 끊이지 않으면서 진위 여부를 두고 약 40년에 걸쳐 논쟁이 지속됐다.

윈워드는 별세하기 2년 전인 1995년 자신이 소장해온 미술품을 관리하는 신탁기관을 설립하고 학자들이 이를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에 노팅엄대학과 브래드퍼드대학 연구진은 최근 AI 안면인식 기술을 응용해 '드 브레시 톤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그림 주인공인 마리아와 예수의 얼굴이 '시스티나의 마돈나'에 묘사된 것과 거의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브래드포드대 영상컴퓨팅센터 소장인 하산 우가일 교수는 "새로운 AI 기술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 성모자 그림이 라파엘로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놀라운 확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 수행했던 얼굴인식 실험과 동료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를 종합해 우리는 브레시 톤도와 시스티나의 마돈나가 동일인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