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돌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이야기
인간의 삶은 돌봄으로 시작해 돌봄으로 끝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고, 성인이 되면 반대로 부모나 자신이 낳은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간병인이나 의료진, 가족의 돌봄 속에서 눈을 감는다. 돌봄은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활동이다.

하지만 돌봄을 정식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돌봄의 가치는 빛이 바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 내 비공식적 돌봄노동 규모는 595억파운드(약 94조원)로 추산된다. 세계 그 어느 국가에서든 무보수 돌봄노동 규모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지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매들린 번팅은 이렇게 가려진 돌봄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그는 간병인,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돌봄 당사자’를 5년간 취재했다. 최근 출간된 <사랑의 노동>은 수년간 취재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번팅은 돌봄에 대한 이분법적 관념을 깨뜨린다. 사람들은 종종 돌봄활동을 ‘이성 대 감성’, ‘숙련 대 미숙련’ 등으로 나눈다. 사실 현장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간호사들은 거동이 힘든 환자를 씻길 때 그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스킬을 사용한다. 목욕하는 동안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환자가 전에 살던 곳 또는 날씨 등을 이야기하면서 노련하게 어색한 상황을 피한다. 언뜻 보면 지극히 감성적인 접근 같지만, 상당히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을 수반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돌봄의 가치를 찬양하는 내용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와해된 지금 사회 시스템이 돌봄을 수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돌봄 노동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어떤 소외감을 느끼는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돌봄을 다룬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